문학도 한류의 한축이 되는 것일까. K-팝, 영화, 드라마 등에서 시작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문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에 대한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고, 이후 유럽권을 비롯한 영미권 및 아시아권 수출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문학과 출판업계선 한국 문학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에 한껏 부풀어 있다. 이른바 K리터러쳐(문학)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 해외로 진출하는 다양한 한국 문학...“해외서 먼저 제의”

2016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김언수의 ‘설계자들’은 해외서 잇따라 호평을 받았다. 설계자들은 아시아 작가 작품으로는 드물게 2016년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세를 몰아 영미권 진출 외에도 영국과 핀란드 등 20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아시아권에서도 ‘K리터러쳐’의 반응은 뜨겁다. 작년 진행된 ‘2018 베이징국제도서전’에서는 한국 전자책 수출상담액이 300만 달러(약 34억 원)을 넘었다. 이는 2016년에 비해 38.6%이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 해 두 번째로 열린 ‘2018 찾아가는 베트남도서전’에서는 총 275건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

최근 해외 문단에서 선전하는 한국 작품들의 종류가 다양해진 점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유명한 특정 작가 몇몇으로 대표되던 한국 문학이 이제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품들, 앞서 언급한 김연수 뿐만 아니라 정유정 등 장르문학 작가가 진출하는 사례들이 보인다.

이는 해외 출판사의 직접적인 출간 제의가 늘어난 것도 요인이다. 서울의 한 국문과 교수는 “기존에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출간 지원작을 선정하고 해외 출판사를 섭외해 출간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 출판사가 먼저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한편 가장 최근 한국소설의 위상을 높인 소설은 한국서도 열풍을 일으킨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다. 일본에서 지난 12월 초에 출간된 이 책은 석달만에 10만 부 판매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다. 82년생 김지영을 일본어판으로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 씨는 한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독자 중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울었다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연구 중이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큰 인기를 끈 것은 예상을 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류 문학 열풍이 불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한국문학번역원 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많다. 신뢰할 수 있는 번역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포함해 과제가 만만치 않다.

● 전문 번역가가 부족한 현주소 ...한국문학번역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이뤄져야’

무엇보다 문화 콘텐츠는 그를 설명하는 정보나 자막에 따라 감동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그 나라 언어가 지닌 문화적 뉘앙스, 역사,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고 풀어내야 수준 높은 번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번역 역량이 국력을 기르는 주요 항목이라 인식하고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일 간담회를 통해 2019년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번역원 김사인 원장은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과 관련 공공 사업 추진에 대해 강조했다. 주요 계획 사업으로는 기획번역 출간 확대, 소수 언어권 신진 번역가 발굴 및 양성, 문학 거점도시 해외 문화원에 전문 인력 파견 등이다.

김사인 원장은 특히 한국 문학 수출의 발목을 잡는 전문 번역인 양성 및 교육 강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 현지인들은 한류 콘텐츠에 대한 충분한 소개와 정보가 없는 점을 불만족으로 꼽았다.

김 원장은 ‘상상 이상으로 우리 번역 역량이 부족하다’며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서 신뢰할 만한 번역가 수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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