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서점 기능에서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으로... 중소서점은 울상

한국인 성인 독서량은 연간 8.3권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고 출판업계의 앓는 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는 가운데 대형서점은 점점 늘어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유통업계는 새롭게 오픈하는 백화점, 아울렛에 서점을 필수적으로 입점 시키는 추세다.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의 형태처럼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 이러한 형태의 서점은 집객 효과와 더불어 매출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 책을 사고 파는 기능에서 문화를 파는 공간으로... 집객효과 증대

 

최근 오픈한 대형 아울렛에서는 서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에는 326평 규모의 중고서점 ‘예스24 기흥점’이 입점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지난해 4월 매장 리뉴얼을 통해 580평 규모의 영풍문고를 개점했다. 이외에서 가산동의 마리오아울렛에도 영풍문고가 입점했다.

 

이렇게 개점한 서점들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기능의 형태가 아닌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의 경우 책 이외에 음반, 독서 소품 등을 함께 판매한다. 또한 가족이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키즈존과 문화행사를 위한 여유공간까지 배치했다.

 

유통업계는 서점이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면서 고객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는 설명이다. 뚜렷한 매출 증대의 수치는 언급할 수 없지만, 서점으로 인해 고객들이 매장을 자주 찾고 있다는 것. 마리오아울렛 관계자는 “영풍문고가 3관 6층에 문을 열면서 고층부를 찾는 고객이 늘었다. 젊은 소비층은 주로 저층에서 쇼핑하고 돌아가는 추세였는데, 서점이 들어선 뒤 고층부까지 고객층이 넓어졌다. 이로 인해 아동복 등 고층 매장의 매출도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점업계 또한 줄어가는 독서인구나 출판계의 불황과 달리 서점 방문객은 점점 늘고 있다는 평가이다. 서점이 북토크, 버스킹 등 독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해 방문객들이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찾고 있다는 것이다.

▲ 아크앤북 내부사진/출처 아크앤북


◆ 서점의 변신은 생존전략 중 하나, 중소서점은 불안에 떨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국내 대형 서점은 일본 츠타야서점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2015년 오픈한 츠타야서점은 큐레이션 개념을 도입해 책, 음악, 생활용품, 가전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방문객 수는 평일 1만 명, 주말 2만 명 수준에 달하며 현재는 일본 전역에 1400개 지점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에도 츠타야 서점과 유사한 형태의 서점이 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을지로에 개점한 아크앤북이다. 아크앤북은 서점과 외식업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려졌다. 서점에서 구입하지 않은 책이라도 서점 내 카페, 레스토랑에서는 책을 읽을 수 있어 주목 받기도 했다.

 

아크앤북 역시 개점 후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평균 방문객 수는 주중 400명, 주말 700명에 달하며 매출도 성장세를 띠고 있다. 아크앤북 관계자는 “매출이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목적성을 갖고 방문하기보다는 공간을 둘러보다가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의외로 매출이 높게 나온다”고 밝혔다.

 

서점업계는 서점의 변신은 생존 전략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 서점의 간편성을 따라갈 수 없고, 오프라인 서점만의 가치가 있어야 고객의 발걸음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정적인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중소서점업계에서는 대형서점이 도서관의 역할까지 하게 되면 작은 서점의 생존력을 약화 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소비자가 동네서점에서도 책을 구매하지 않아 이는 소형 서점의 매출을 저하시킨다는 설명이다. 매출이 떨어진 소형서점은 결국 폐업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서점을 방문하는 고객을 늘고 있지만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지 않고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고객 수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형서점의 경우 출판사가 견본 도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문제가 크지 않지만 중소서점의 경우 이에 대한 부담을 오롯이 서점이 부담해야 한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단순히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의 생존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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