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권고식 교육정책에 따르면 재정지원이라는 혜택을 받는다. 신입생 입학전형의 자율권은 대학에 있으나 정시와 수시의 비율을 정부의 권고에 따르게 만드는 방식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과연 정부의 교육정책이 옳다고 한 들, 교육의 자율성이 침해 받고 있다는 불쾌감은 감출 수 없다.

그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서울 주요 대학들이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를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를 소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따라 대학들이 수능 위주 정시비중을 30% 이상 확대해야 하는데 대학들이 이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비중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다만 서울대는 2021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위주 정시비중을 높이는 대신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담긴 또 다른 권고안위주 정시비중을 유지한 뒤 2022학년도 대입 때부터 30% 기준에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인 ‘학생부교과전형 30% 이상 확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교육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4년제 대학들의 2021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안이 이달 말 확정·발표된다. 각 대학은 지난달 계획안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했고 대교협은 현재 입시 관련 규정에 위배되는 사항이 없는지 심의·점검하고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각 대학의 고유 권한이어서 대교협 심의·점검 결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제출 계획안은 대부분 유지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수능 위주 정시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교육부는 60여개 이상 대학에 500억원 이상 규모로 지원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하기로 했다. 사업 참여 조건으로는 ‘수능 위주 정시비율 30% 이상’을 내걸었다. 재정이 부족한 대학들은 해당 사업 참여를 위해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학년도 대입 기준 서울 주요 15개 대학 가운데 ‘수능 위주 정시비율 30% 이상’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학교는 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울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 등 8곳이다. 대학별 수능 위주 정시비중을 보면 Δ동국대·연세대(27.1%) Δ숙명여대(26.2%) Δ중앙대(25.4%) Δ경희대(23.0%) Δ이화여대(20.6%) Δ서울대(20.4%) Δ고려대(16.2%) 등이다.

이 중 6개 대학은 ‘수능위주 정시비중 30% 이상 확대’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2021학년도 대입에서 이를 소폭 늘리고 2022학년도 대입 때 기준에 도달하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대학 관계자는 “2022학년도 대입 때 수능 위주 정시비중을 30%까지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게 부담이 되고 입시 혼란도 있을 수 있어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2개 대학은 입장이 다르다. 서울대는 2021학년도 대입 때에도 2020학년도 수능 위주 정시비중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뒤 2022학년도 대입에서 10%포인트가량 확대해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고려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수능 위주 정시비중을 30%까지 확대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내신 위주의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을 지금보다 20%포인트가량 확대해 30% 이상의 비중을 두기로 했다. 이는 당장 2021학년도 대입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앞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 때 수능 위주 정시비중을 30%까지 늘리지 않더라도 내신 위주 학생부교과전형을 30% 이상 확대하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예외 조건을 둔 바 있다. 수능 위주 정시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려운 지방 사립대의 실정을 감안한 조치다.

고려대는 학생 선발에 어려움이 없는 학교다. 따라서 학교 자체 판단으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수시는 입시시기가 정시보다 빨라 우수학생 선점에 유리해 주요 대학들이 선호하는데 이런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교협의 심의·점검 결과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2021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안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심의·점검 결과에 따라 조정이 있을 수도 있어 확인을 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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