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바다 한 가운데로 가라앉던 큰 배의 흔적. 많은 이들의 눈과 마음 한 구석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기리는 책들이 출간됐다. 

 

◆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아들의 빨지 않은 후드티에서 엄마는 여덟 가닥의 머리카락을 찾아냈다. 지갑에 넣어다니다 잃어버릴까봐 이젠 장롱에 보관한다. 가끔 꺼내 만져본다. 만질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다.”(강혁 엄마 조순애)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딸을 위해 마침내 에어컨 구입을 결심했다. 3월에 주문한 에어컨은 마침 정신없는 ‘그날’ 설치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무더웠던 그해 여름, 그 다음해 여름에도 틀지 못했다. 그렇게 덥게 지내다 집에서 에어컨 바람 한번 못쐬어 본 딸이 생각나서다.”(정예진 엄마 박유신)

 

2014년 ‘금요일엔 돌아오렴’, 2016년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펴낸 ‘416세월호참사기록단’의 세 번째 책이다. 작가기록단은 지난해 여름부터 단원고 희생 학생 가족과 생존 학생 가족, 희생된 교사 가족 57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육성을 글로 옮겼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격변의 시간을 보냈고 그 가운데에 유족들은 현재를 살아가야만 했다.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일 때도 많았다. 작가기록단을 유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시간을 특징짓지 않고, 57명의 시간을 섬세하게 더듬어 나갔다.

 

책은 유가족의 단식·삭발·도보 행진·집회 등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 보냈던 격변의 시간을 그리는 절절한 증언집이기도 하다. 세월호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움직임을 사회운동 관점에서 정리하고 철학적으로 해석한 인권활동가 박래군, 사회학자 엄기호의 글도 의미를 더한다.

 

◆ 세월호 이후의 수많은 하루들...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아름다운 영혼들아/ 별처럼 우리를 이끌어 줄 참된 친구들아/ 추위와 통곡을 이겨내고 다시 꽃이 피게 한/ 진정으로 이 땅의 큰 사랑아” (신경림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중)

 

“그래도 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 입은 열어두어야 한다 / 아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돌아올 수 있도록/ 바다 저 깊은 곳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말의 문턱을 넘을 때까지.”(나희덕 '문턱 저편의 말' 중)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기리는 시집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에는 전국각지의 시인들과 중견 시인, 젊은 시인 모두가 참여해 시를 엮었다. 신경림·백무산·나희덕·함민복·김기택·김현·최지인·양안다 등 시인 38명이 참여했고, 지역으로 보면 강원도의 권혁소 시인에서부터 제주의 현택훈, 허유미 시인까지 참여해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작업이었다.

 

한편, 이 시집은 신영복의 서체를 연구하고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 김성장 시인과 다수의 서예가들이 참여한 캘리그라피들이 시와 함께 실려 있다. 독자들이 책에 실린 글씨와 이미지를 보며 신영복서체를 함께 써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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