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계의 원동력인 여성작가 3인의 소설집이 발간됐다.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모두 색달라 각자의 방식으로 독자들을 설레게 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시선으로 때로는 덤덤하게, 때론 발칙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윤고은의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편혜영의 <소년이로>, 권여선의 <레몬>. 3명의 작가의 글을 나침판 삼아 짧은 여행을 시작해보자.

 

◆ 현실에서 한 발짝 비껴선 30대...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윤고은 작가가 2016~2017년 문학사상, 현대문학 등에 발표한 6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표제작을 포함해 '오믈렛이 달리는 밤', '우리의 공진', '평범해진 처제' 등 6편이 실렸다. 소설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30대, 로맨스 푸어, 한 발짝’이다.

 

아주 젊은 날의 사랑처럼 불타오르지 못하고, 40대처럼 안정적이지도 못한 30대 커플들의 일상과 사랑이 등장한다. 윤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적당한 거리가 만들어내는 소설의 미학을 증명 해보인다. 로맨스가 빈곤한 사람들의 일상을 촘촘하게 때론 멀찍이 그려낸다.

 

“결혼도 주차도 다 똑같다고. 더 좋은 상대가 나타나겠지 싶어서 기다리다보면, 빈자리는 하나도 없고, 결국 아까 갔던 곳으로 되돌아가도 그 자리는 이미 차 있다고. 어딘가 더 좋은 놈이 있을 것 같아서 기다리면 결국 예전에 놓친 그놈이 더 좋다는 걸 알게 된단 얘기야. 잠깐 주차하는 사이에 없어진 자리처럼.”

 

◆ 생의 비극 앞에 선 미숙하고 서툰 어른들...<소년이로>

 

작가 편혜영이 6년 만에 단편 소설집으로 독자의 곁을 찾아왔다. 이번 소설집은 다섯 번째 소설집이자 열 번째 책이다. 2014~2018년에 쓴 ‘소년이로’, ‘다음 손님’, ‘원더박스’등 8편의 소설이 담겼다.

 

한국 문단에선 찾아보기 힘든 서스펜스 소설의 선구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편혜영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그가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색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소설집은 낯설고 험난한 수많은 상황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심리와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편혜영은 소설집에 대해 “미숙한 어른과 흔한 속물성에 대한 이야기”라며 “미성숙한 어른이 갑자기 맞닥뜨린 사건을 두고 던지는 질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아픔... <레몬>

 

2016년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로 제47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권여선 작가가 3년 만에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에서 그는 추리형식의 서사 기법에 도전했다.

 

한·일 월드컵으로 북적였던 2002년에 19세 소녀 ‘해언’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동생 ‘다언’은 어른이 되고 복수를 결심한다. 그의 시선과 주변 인물의 시선이 얽혀가면서 살인 사건은 다시 한 번 복기된다.

 

소설은 누가 범인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면서도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권여선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인물의 내면 속으로 깊게 파고들며 예기치 못한 불행과 상실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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