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공립 초등학교나 중학교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설립하고자 하는 부지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지역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와중에 특수학교 설립을 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조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엔 “내 땅에 특수학교를 세우라”며 토지 소유주들이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해당 부지에 땅을 갖고 있는 13명 중 11명이 특수학교 건립에 찬성했다. 나머지 소유주 2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11명은 중랑구가 인근의 다른 곳을 동진학교 설립 부지로 검토하자 구청으로 찾아가 “우리 땅에 지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토지 소유주 박모 씨(70)는 “구가 검토하는 부지에 학교를 지으면 도로 등 기반시설을 새로 만들어야 해 개교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진학교는 2022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

예전과 달리 지역 주민들 역시 크게 반발하지 않고 있다. 부지가 결정된 이후 동진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민원은 이달까지 5건뿐이다. 2014년 서진학교(특수학교) 설립 추진 당시 서울 강서구 주민 1400여 명이 거세게 반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내동 토지 소유주들의 땅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안에 있다. 이들은 동진학교가 들어서게 되면 그린벨트 내 땅을 교육청에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모 씨(66)는 “땅을 수십 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어놓고 농사만 지으라고 해 답답하던 차에 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다”며 “강서구에서 장애학생 엄마들이 학교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었던 일도 있고 해서 (동진학교 설립에) 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설립을 기다려온 학부모들은 안도하고 있다. 중랑구에서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김정숙 씨(53)는 “중랑구에는 특수학교가 없어 아이들이 다른 구에 있는 특수학교까지 가야 했는데 땅 주인들이 적극적으로 찬성해줘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진학교가 님비(지역이기주의)로 인한 갈등을 해결한 좋은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신동 순천향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학교 설립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해 당사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경제적 유인책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이끌어내야 공익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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