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민규(지식혁명연구소 소장)

고대 그리스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지구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여기에는 거짓말 같은 진실이 담겨 있다. 지구를 들 수 있다는 거짓말과, 충분히 긴 지렛대와 받침점이 있다면 지구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진실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크고 작은 지렛대를 사용해 보았을 것이다. 무거운 물체를 들려면 힘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지렛대를 사용하면 힘이 적게 든다. 물체의 무게와 비례하여 지렛대의 길이만 늘어나면 된
다. 자신이 하는 일이 동일해도 지렛대만 바꾸어주면 어떤 무게라 해도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 인생의 무게를 감당할 만한 지렛대는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같은 힘으로 훨씬 더 많은 무게를 들어 올려준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가벼워질 것이다.


지렛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나 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던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한데도 불구하고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지렛대를 이용해 우리의 삶도 성공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삶에서 이런 지렛대를 잘 이용했던 사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인생의 지렛대로 무엇을 삼았을까.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의 『젊은 스탈린』에는 조지아의 살인자에서 러시아 공산당의 서기장까지 오른 스탈린의 젊은 시절이 그려져 있다. 그는 러시아의 변방 중의 변방인 그루지야에서 태어났으며 그 지방 사투리를 사용했고 말쑥함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조금 어리숙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폭력단과 별반 차이가 없는 혁명가로서의 경력, 시인이자 수습 사제이던 시절, 목적을 위해서 과정을 무시하고 드러내는 잔인성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극악무도한 공포정치 시대를 연 스탈린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젊은 시절을 들여다보았고, 그 결과로 『젊은 스탈린』을 내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스탈린의 폭력성이나 배경이 궁금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변방 중에서도 변방이라 할 수 있는 그루지야(조지아)에서 태어났고, 말투도 사투리가 무척이나 심한 스탈린이 도대체 무슨 까닭에 레닌의 후계자가 될 수 있었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스탈린이 레닌의 후계자가 될 수 있었던 건 레닌에 대한 충성 때문도 아니고 줄을 잘 타고 오른 것 때문도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
하는 학벌, 지연, 혈연 같은 배경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스탈린이 어떻게 레닌의 후계자가 될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삶에 대한 열정과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독서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스탈린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숨을 쉬는 행위와 다르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래서 한시도 놓을 수 없는 습관이었다. 폭력과 강도, 살인을 저지르고 쫓겨 다니면서도, 생사를 건 싸움터에서도 책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레닌의 강력한 후계자들을 물리치고 강철제국의 주인인 된 그에게는 강력한 지렛대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책은 그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이자 지렛대가 되었다. 책을 통해 습득한 철학을 국정에 대입시켜 집권 후 경제 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과학과 교육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소련은 가난한 농업 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스탈린 외에도 책을 지렛대 삼은 인물들은 많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영국의 윈스턴 처칠, 사업가 빌 게이츠와 투자가 워런 버핏은 자신들이 도구로 사용했던 지렛대가 책이었음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은 책을 읽는 사람을 절대 배신하지 않고 보다 나은 삶으로 끌어올려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렛대를 늘린다는 의미이다. 칼은 휘두르는 사람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나라를 구하는 위인의 칼은 보검이 되고 살인자의 손에 쥐어진 칼은 흉기가 된다. 마찬가지로 책 또한 누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여러분이 얼마나 많이 읽고 그 의미를 생각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지렛대길이와 힘이 달라진다. 책을 읽을수록 삶의 무게를 지탱하고 이겨낼 힘을 부여하기 때문에 생활에 활력이 돈다. 그로 인해 여러분 삶을 가뿐하게 만들어주는 위력이 생기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폭넓게 읽어야 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지렛대가 다르며, 한 권의 책과 백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의 지렛대가 다르다. 책을 읽고 성공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독서 의욕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도 튼튼한 지렛대가 없다면 깨어 있는 독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식이 변화되고 자아가 강화될 만큼 충분한 독서를 하지 않았거나 감성적인 독서만으로 일관했을 수 있다. 독서는 읽는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변화를 위한 목적이 우선되면 삶의 방향도 바뀔 수 있다. 

 

책을 읽은 후 마음과 행동에 읽기 전과 달라진 점이 없으면 독서를 한 것이 아니라는 태도로 독서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 이어령 교수의 말이다. 책을 읽었으되 심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그 독서는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시대가 변해도 책의 힘은 변하지 않는다. 어느 것보다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기에 책보다 좋은 지렛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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