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반에 생수가 시중에 나왔을 때, 아니 생수를 돈주고 사 먹는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이 말이다. 이제는 공기를 산다고 생각한다면 물을 사 먹는다는 느낌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요즘 초미세먼지라는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공기의 소중함과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서 공기를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 하다. 

“해발 800m 지리산의 깨끗한 공기를 전해 드립니다.” 2017년 한 기업이 지리산에 있는 하동군 화개면 의신마을에 공기캔 생산공장을 짓고 판매를 개시하며 선전했던 문구다. 공기를 돈 주고 사는 공기캔이란 개념이 생소하지만 사실 공기를 재화(財貨)로 본 시도는 이 제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3년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이 연구개발해 판매한 공기캔이 있었다.

한라산국립공원 내 해발 700m에 위치한 기생화산인 천아오름에서 채취한 공기를 캔에 압축해 팔았는데, 당시엔 공기를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이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아 1년 여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자 공기 상품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보다 심각하게 미세먼지에 고통 받고 있는 중국에서는 국내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공기캔이 불티나게 팔렸다.

캐나다의 한 스타트업 기업이 록키 산맥의 맑은 공기 7.7 L를 담은 캔 상품을 수입해 팔았는데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이다. 생수보다 무려 50배나 비싼 1만8000원에 팔았는데도 물량이 수요를 못 쫓아갔고 부유층을 중심으론 공기캔을 선물로 나누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깨끗한 공기를 비용 없이 마음껏 마실 수 있었던 시대가 가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변화에 민감한 업계가 있다. 최근 ‘호캉스(호텔+바캉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호텔업계다. 호캉스 열풍은 더 이상 호텔이 쉬어 가는 곳이 아닌 즐기러 가는 곳이란 변화의 반증으로 공기질 관리가 그 핵심으로 떠올랐다. 

국내 호텔업계에서 공기질 관리를 통해 호캉스 열풍에 대응한 대표적 사례가 S호텔이다. S호텔은 환경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따로 두고 초미세먼지까지 걸러주는 공조기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일 때는 외부 공기 유입을 줄이는 등의 맞춤형 실내 공기질 관리 노하우를 통해 최적의 실내공기질을 청정하게 유지할 뿐만 아니라, 공조기 필터 소모를 줄여 경제성 면에서도 이점을 얻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공기질 관리가 단순 서비스를 넘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텔 내 같은 객실이라 하더라도 공기질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이다. 올해 초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많은 호텔이 공기질을 새로운 경쟁력 요소로 삼고 있다.

특정 객실에 공기질 시스템을 설치해 청정한 공기를 제공하며 이 객실은 일반객실에 비해 약 5%에서 7%까지 높은 요금을 책정했다. 또한,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인도와 중국의 호텔에서도 공기질 시스템이 설치된 객실은 7% 정도 더 높은 요금을 받고 있다. 호텔 업계가 공기 경영을 받아들여 쉬는 곳에서 즐기는 곳, 더 나아가 힐링을 얻는 곳으로 변모한다면 일본 불매로 갈 곳을 잃은 750만 국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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