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자가 도쿄에 있는 시댁을 방문하러 왔다. 기자는 시어머니께 선물할 오디오를 사기 위해 오다큐백화점으로 갔다.

직원은 미소 띤 얼굴로 친절하게 설명하며 선물 고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기자는 추천받은 제품을 포장해 준 그대로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오디오를 살펴보던 기자는 깜짝 놀랐다. 내부가 텅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당장 달려가 따지고 싶었지만 영업이 끝난 시간이었다.

다음날 백화점이 문을 열자마자 가서 따지기로 했다. 대신 ‘미소 뒤에 감춰진 진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다음날 이른 아침, 기자는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오다큐백화점 책임자와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머리를 숙여 몇 번이고 사과했다. 백화점 직원들은 어떻게 기자를 찾아냈을까? 책임자의 설명은 이랬다.

기자가 제품을 사간 후 직원이 케이스만 있는 견본품 오디오를 실수로 고객에게 판매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원은 책임자에게 보고했고, 책임자는 직원들을 소집해 대책을 의논했다. 단서는 두 가지, 기자의 이름과 두고 간 미국 신문사 명함뿐이었다. 두 가지 정보만으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에 나섰다. 먼저 도쿄의 모든 호텔에 전화를 걸어 투숙객을 확인했지만 허사였다.

미국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기자의 연락처를 요청했다. 한밤중이 돼서야 미국에 있는 기자의 부모님 전화번호를 팩스로 받았고, 전화를 걸어 도쿄에 있는 사돈댁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마침내 기자가 묵고 있는 숙소를 찾아냈다.

그녀를 찾기 위해 총 35번의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책임자는 오디오와 레코드 한 장, 케이크를 기자에게 건넨 후 거듭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하고 돌아갔다.

그들의 책임감에 감동한 기자는 전날 쓴 기사를 버리고 새로운 기사를 썼다. 제목은 ‘35번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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