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영어가 상륙한지 1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긴 세월의 흔적은 사교육시장의 확대, 영어울렁증 환자의 증가, 입시와 취업을 위한 학습 풍토로 인해 영어습득의 본질이 무너진 채 아픔과 상처만 남겨졌습니다. 교육의 현실을 진단해보고 교육현장에 일어나야 할 변화가 무엇인지 자성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오늘 초대할 독서人은 <영어는 기술이다>저자이며 대한민국 영어대중화를 위해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진기석.김현수 저자님들을 모셨습니다.

 

최 기자 : 안녕하세요. 진기석.김현수 작가님

저자 :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최 기자 :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데요.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진기석 :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왜곡된 영어교육의 130년이라는 아픔의 세월은 우리에게 영어는 어렵다는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패러다임은 아기 코끼리에게 족쇄를 채웠더니 어른이 된 후에도 코끼리는 이 족쇄에 묶여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 코끼리가 경험한 족쇄는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도망칠 수 없는 늪과 같은 것이죠. 그 경험은 어른이 되어 족쇄를 끓어버릴 힘이 있음에도 벗어날 수 없는 덫에 갇혔다고 여기며 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영어의 현실이 족쇄라는 패러다임에 갇힌 코끼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 기자 : 아, 그렇군요. 영어 패러다임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김현수 : 패러다임이라는 말은 <과학혁명의 구조>의 저자인 과학자 쿤의 의해서 처음 언급이 되었는데요. 인문학적 관점에서 표현해보면 그 시대의 시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적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죠. 영어에서도 긴 세월 속에서 이런 관념적 프레임이 고착화된 것이 있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영어는 어렵다‘라는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기석 : 맞습니다. 영어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패러다임을 형성할 정도니.... 영어교육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영어는 기술이다>저자, 왼쪽부터 진기석, 김현수

최 기자 : 꽤 흥미롭네요. 영어가 어렵다는 패러다임을 형성했다?라는 가정에 근거를 듣고 싶은데요.

 

진기석 : 우리나라 최초의 영어교육은 지극히 실용적이었고, 실제적이었습니다. 말하기 중심의 교육이었죠. 서당방식에 익숙한 우리 조상들은 10개월에 3천단어가 입에서 줄줄 나올 정도로 왠만한 영어표현은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었다는 말이죠.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집체 교육의 형태로 바뀌면서 Output 중심이 아닌 Input 중심의 독해와 문법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죠. 이때부터 영어는 어려운 학문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최 기자 : 아, 그렇군요. 언어의 목적이 의사소통인데 말이죠.

 

김현수 : 이런 교육의 형태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이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교사와 교수가 되면서 영어는 이렇게 배우는 것이 맞는가 보구나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기 시작한 셈이죠.

 

최 기자 : 그러니까 두 작가님은 ’영어는 어렵다‘는 패러다임을 깨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씀이네요. 패러다임을 깨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긴 세월을 그렇게 했왔으니...

 

진기석 : 우리는 늘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가 네모다라는 생각이 무너질때까지 긴 세월이 필요했지만, 실제로 그 사실을 검증해낸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습니다.

 

김현수 : 선박 기술과 도전정신을 가진 누군가를 통해 대양항해가 이뤄진 몇 십년이 천년 이상의 패러다임을 깨버린 거죠. 이처럼 우리의 영어 패러다임도 깨질 수 밖에 없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최 기자 : 이제까지의 세월은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의미로 이해가 되는군요.

 

진기석 : 모국어를 익혔던 과정안에 숨겨진 언어습득의 과학적 요소와 기술 코칭 그리고 그 사람의 내적동기를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면 모든 언어는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죠. 더 중요한 것은 외우지 않아도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죠.

 

최 기자 : 정말인가요? 외우지 않고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말이 모국어를 생각해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왜 와닿지가 않을까요? 저도 영어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건가요? (호호호호호~~)

 

김현수 : 정확히 보셨습니다. 간단한 진리도 그 진리가 자신에게 실제가 되지 않으면 울리는 꽹과리일 뿐이죠. ’모국어는 언제든지 노출된 것이지만 영어는 외국어인데‘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죠.

 

진기석 : 이런 좌담회 형태로 패러다임을 깬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혹여 이해가 되었더라도 스스로 실제를 경험하지 못하면 그 사실은 자신에게 이뤄지지 않은 거죠. 영어 습득의 과학적 원리는 굉장히 심플합니다. E(몰입에너지) = MC2(학습량X 속도의 제곱), Y(習시너지효과) = X(X-1)*@(X=반복횟수, @=꿈,내적동기), 뇌가 정보를 인지하는 원리만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언어가 과학인 이유가 분명해지겠죠. 과학은 원인과 결과가 분명합니다. 언어에서는 입력과 출력이 분명하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좋겠네요.

 

김현수 : 이런 과학적 요소를 영어 습득 기술코칭과 내적 동기 코칭을 연계하면 영어를 모국어처럼 할 수 있게 되죠. 여기서 핵심은 배우는 것이 아닌 익히기 위한 코칭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김연하 엄마를 생각해보시면 될 듯 합니다. 스케이트 기술은 김연아가 높지만, 그 기술을 익히도록 이끌어주고 격려하는 동기 코칭은 엄마의 몫이었죠. 기술이 습득되도록 돕는 것과 그 반복적인 훈련을 지속하도록 이끌어 주는 내적 동기를 잡아주는 것이 언어습득의 원천입니다.

 

최 기자 : 이해가 될 듯 말 듯 하네요. 패러다임이 센가봅니다.

 

진기석 : 사람들은 뭔가를 이해하려고 많은 정보와 지식을 섭렵하려고 하죠. 언어를 익히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언어는 이처럼 명시적 지식을 통해 익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말 이해를 못하더군요. 암묵적 지식을 통해 익혀진 언어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명시적 지식을 통해 언어를 잘하고 싶어도 어렵다는 것을 빨리 아는 사람이 벙어리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김현수 : 암묵적 지식은 문자적인 정보나 지식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몸에 익혀진 정보죠. 쉽게 말해 자전거를 몸으로 익히는 게 자전거를 잘 타는 비결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한 번 몸으로 익힌 자전거 타는 방법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자전거 타는 것이 어렵지 않죠. 우리 언어도 이와 마찬가지로 언어가 한 번 익혀지면 몇 년의 묵언 수련을 했더라도 다시 말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말이죠. 언어는 그렇게 익혀지는 것입니다.

 

최 기자 : 이제 뭔가 이해가 되는군요. 암묵적으로 익혀진 언어의 토대 위에서 명시적 지식을 통해 확장해야 한다는 말씀이죠. 그런데, 우리는 암묵적으로 익히는 과정이 생략된 상태로 언어를 하려고 하니 어려워졌다. 이런 의미죠?

 

진기석 : 이제야 대화가 되는군요. 맞습니다. 좀 더 추가하면 암묵적 익힘의 과정에서 반드시 채워야 할 것이 바로 씨앗이 되는 단어와 문장이라는 겁니다. 이 단어와 문장이 암묵적으로 익혀져 있으면 언어의 달인으로 가는 길은 꽃길이 될 겁니다.

 

최 기자 : 갑자기 제가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김현수 : 지금 기자님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죠. 이 변화의 시작이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단초가 됩니다. 저희가 기자님의 생각에 영감을 주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과정까지도 영어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기자 : 생각이 바뀌는 것이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시작이다라는 말이 와 닿네요. 교육전문 기자로 활동하면서도 늘 잊고 있었던 것을 발견해주셨습니다. 영어의 패러다임을 깨는 일에 저도 일조를 하고 싶습니다. 가까운 시일에 또 뵙고 영어교육시장의 변화를 주도하시는 모습을 인터뷰 하고 싶습니다.

 

진기석.김현수 : 네, 영어는 어렵다는 패러다임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한 좋은 땅에 새로운 씨앗을 심고 언어교육의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언어를 창조한 민족의 후예답게 언어의 달인이되는 대한민국을 꿈꿉니다. 그 실재를 확인하려 오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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