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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신경과학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 신경과학의 신화와 실제 사이의 과학적·사회학적 질문들
고혜미 기자  |  ad20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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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1  15: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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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이라는 신화는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우리의 ‘뇌’를 향상시켜 도달할 희망과 과대광고 사이에서


신경경제학, 신경미학, 신경윤리, 신경마케팅 등 ‘신경’(neuro)이라는 접두사의 빠른 증식에서도 알 수 있듯 신경과학은 어느새 우리 주변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신경과학은 놀라운 신기술들과 함께 우리 뇌의 작동원리를 밝히고 있으며, 나아가 ‘마음’의 수수께끼까지 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명칭은 뇌과학, 뇌신경과학, 인지신경과학 등 여러 가지로 쓰이고 있지만, 결국 신경과학은 인간을 비롯한 생물이 어떻게 자신을 둘러싼 주위 세계를 인식하고 기억하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관계를 맺고, 순간적으로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의 책이다.

신경과학이 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극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과학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즉 공동 구성한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신경과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스티븐 로즈와 힐러리 로즈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정치경제학의 일부로 발생한 ‘신경’이라는 접두사에 대한 과도한 기대의 거품을 걷어내고 실제 희망을 솎아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따라서 이 책은 신경과학이라는 테크노사이언스가 제시하는 장밋빛 낙관보다는 정치와 사회 정책에 대한 신경과학의 남용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 힐러리 로즈,스티븐 로즈 (지은이)/김동광 (옮긴이)/이상북스/원제 : Can Neuroscience Change Our Minds? (2016년)



신경과학이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저자들은 이 책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하나는 ‘신경’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이론과 개념, 그리고 제품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며 어느새 우리 주위에 깊숙이 파고든 이른바 신경본질주의(neuro-essentialism)에 대한 우려다.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서슴없이 “우리는 뉴런 다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늘날 fMRI를 비롯한 영상기술이 발달하고 뇌 연구와 신경과학 연구에 많은 성과가 나타나면서 우리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다는 믿음이 커졌다. 마음을 뉴런 또는 그 연결망으로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인간의 본질 자체가 뉴런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이 책의 원제인 ‘신경과학이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에서 잘 드러나듯이, 저자들을 비롯한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방식에 대한 신경과학의 이해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주제는 신경과학을 둘러싼 지나친 기대의 거품을 걷어내고 실제 성과와 그 가능성을 솎아내는 것이다. 저자들은 최근 영국을 비롯한 구미에서 신경과학의 결과물을 성급하게 제품화하거나 교육 현장에 적용시키려는 시도를 상세히 분석하며 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4장에서 집중적으로 탐구하듯이, 빠르게 성장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한 교육 신경과학의 영역이다. 태아가 자궁 속에서 모차르트를 듣는다는 태교, 좌뇌와 우뇌의 역할 차이와 성차(性差)에 대한 믿음,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두뇌체조 등은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다. 저자들은 이런 세간의 믿음이 사실 신경과학적 근거가 매우 박약한 것이며, 별반 연관이 없는 연구와 ‘신화’에서 와전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최근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업시간 조정이나 간격학습과 같은 새로운 교육 관행들이 지나치게 그리고 성급하게 신경과학의 연구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육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교육 신경과학의 거품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들은 신경과학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면서도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들이 우리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거품을 걷어낸 다음 실질적인 가능성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로즈 부부가 하려는 이야기는 신경과학이 인간의 정체성과 정신활동을 개인의 뇌와 신경활동으로 환원시키려는 경향이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 신경과학의 연구나 그 활용이 잘못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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