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역경의 굴레는 하나였다.

사진을 보다가 장편 소설이 만들어졌다.

바로 「명혜」라는 작품이다. 1916년 개화기 시절 거리를 활보하던 사람들이 흑백 사진 속에서 서성대고 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궁금해 하며 작가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명혜는 열네 살이지만 가족들에게 이름 없이 아기라 불린다. 이름을 갖고 싶지만 계집애 이름은 잘 지어 놔봐야 시집가면 그날로 쓸모없어진다는 것이 아버지 뜻이었다. 그리고 여자로 태어나 시집가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다는 말씀도 덧붙여 하신다. 명혜는 못마땅하다. 혼사는 뒤로 하고, 서울로 유학 가서 공부하며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구습과 맞서며 신학문에 눈을 뜨게 된 여성들 삶의 배경도 보게 해준다. 결국 오빠의 도움으로 명혜는 서울에서 여동생과 함께 여학교에 다닌다. 영어를 할 줄 알게 된 명혜는 동대문 부인병원에서 통역 일을 한다. 꾸준히 병원에 다니며 명혜는 꿈이 생긴다. 바로 미국에 가서 의학 공부를 하는 것이다.

▲ 김소연 (지은이)/장호 (그림)/창비

이 시절 여성이 꿈을 이루려면 끈기와 의지력이 얼마나 강해야 했는지 알게 해준다. 읽는 내내 콩닥콩닥 두근거렸다. 명혜가 부모님 뜻에 따라 나이 스물에 시집가 평생 좋은 옷에 좋은 음식 먹으며 아들딸 낳고 살지, 아니면 꿈을 꼭 이루란 오빠 말에 힘을 얻고 공부에 정진할지 궁금했던 것이다. 작가는 명혜 편이었다. 유학길에 오르도록 허락한다. 하지만 머나먼 길을 밟으며 시련과 아픔을 견디고 오라한다. 그리고 시대와 환경을 탓하고, 꿈도 목표도 없이 현실에 쉽게 안주하는 현시대를 안타까워하며, 100년 전 사진 속 명혜를 통해 역경의 굴레를 이겨낸 모습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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