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국 칼럼리스트는 TBS 보도국장을 역임, 현재 경기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다.

국가는 늘 외적의 침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에 대한 무인비행기인 드론공격이 일어나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초당적인 협력과 온 국민의 단결이 필요한 이유다. 이같은 국가의 위기상황 때면 등장한 의로운 이들이 바로 ‘의병’(義兵)이다.

‘의병’은 국가가 외침을 받아 위급할 때 국민 스스로가 일어나 조직하는 자위군(自衛軍)을 가리킨다. 무능한 정부가 당파싸움이나 정략적인 이권다툼에만 골몰하느라 외적의 침략을 당했을 때, 국가를 지키기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한 것은 늘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었다. 역사학자 박은식은 “의병은 우리 민족의 국수(國粹)요 국성(國性)”이라며 “나라는 멸할 수 있어도 의병은 멸할 수 없다”고 의병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의병은 역대 항중·항몽·항청·항일의 투쟁 속에서 늘 들불처럼 일어섰고, 정복을 당하더라도 굴복하지 않고 한민족의 정신을 회복하곤 했다

대표적인 현대사에 등장하는 첫 의병이 바로 ‘독도의용수비대’다. 독도는 늘 일본의 야욕의 대상이었다. 탐욕스러운 일본은 끊임없이 영토 확장에 나섰고,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일본은 늘 독도를 탐냈다. 일부 일본인은 독도에 표지석을 달려고 했고, 특히 일제 강점기 동안 독도를 비롯한 온 국토는 일본에게 침탈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특히 일본은 1953년 수산시험선을 독도에 보내 독도에 ‘시마네현 다케시마’(島根縣 隱地郡 五箇村 竹島)라고 쓰인 나무 기둥을 세우는 등 독도를 일본 영토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에 분노한 홍순칠 등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주민들 33명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1953년 중순 따가운 여름햇볕 속에 독도에 모였고, 사비를 들여 구입한 각종 무기로 의용대의 대오를 정비했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의 의병에 이은 광복후 첫 의병이었다. 독도의용수비대는 1954년 8월 중순 경까지 독도 서도에 독자적으로 주둔하며 독도 경비에 나섰다. 이들은 자비로 구입한 기관총과 박격포, 소총으로 무장한 채, 뙤약볕 아래서 일본 순시선이나 어선, 관측장비 등이 접근할 때마다 이를 탐지하고 격퇴하기 위한 훈련에 땀을 흘렸다.

독도의용수비대의 진가는 1954년 8월 독도에 접근한 일본 순시선을 격퇴시킨 전투에서 나타났다. 같은 해 11월에는 독도 인근을 침범한 일본 순시함 3척 및 항공기와 격전을 벌여 일본군 십수명을 살상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막강한 일본해군을 패퇴시키는 놀라운 전과였다.

의용수비대는 1956년 12월 30일 경찰에게 경비업무와 장비 일체를 인계하면서 공식적인 수비대 활동을 종료했다. 수비대원 가운데 9명이 울릉경찰서 경찰로 특채·임용되어 독도경비업무에 계속 임하며 의용수비대의 명맥을 이었다.

정부는 1996년 고인이 된 독도의용수비대장 홍순칠에게 국가보훈 삼일장을, 그 외의 대원들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했다. 정부는 2005년 ‘독도의용수비대 지원법’을 제정했고, 이 법에 따라 2008년 독도의용수비대 기념사업회가 출범했다. 의용수비대원으로서 독도를 지켰던 33명의 의병 중 28명이 작고해 현재 5명이 생존해 있다. 의용수비대는 요즘도 자주 벌어지는 일본의 영토 야욕과 역사 왜곡에 맞서는 의병정신의 표상으로 역사를 빛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이같은 의병정신, 국난 때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해 국가를 지킨 의병정신에서 출발한다. 독도의용수비대의 의병정신은 독재정권과 맞선 4.19혁명, 군부독재에 저항한 5.18정신과 87년 민주대항쟁, 2016년 촛불혁명 등에 나타난 국민들의 정의로운 시민정신이자 의병정신으로 이어졌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이 가을에 의병과 독립운동에 대한 책을 읽으면 어떨까? 소설가 문순태의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 제6권 <의병>은 어떨까? 이 소설은 민중운동의 발생과정을 전형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노비와 농민, 하층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질박한 민중정서와 함께 펼쳐나가며 개항지 목포와 인천, 노비에서 풀려나 삶의 터전을 만들어간 나주 영산강 일대, 만민동공회가 열린 서울,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난 광주 등 전국 각지를 연결하여 우리 근대사를 폭넓은 시공간 속에서 풍요롭게 조명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3 ·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인 심옥주 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이 한국여성의 역사를 통해, 여성독립운동사를 통해 잊힌 것들을 되새기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고자 펴낸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도 읽을만하다. 자유와 독립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독립운동의 활동 범위와 역할에 따라 7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40개 꼭지를 통해 소개함으로써, 역사연구의 심화와 함께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국립대전 현충원장, 대전지방보훈청장을 역임했고, 재단법인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 사무처장과 부회장을 지낸 이용원 원장의 저서 『독도의용수비대』도 역사를 성찰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독도의용수비대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을 사진과 함께 기사, 참고자료, 증언록 들을 시간별로 정리하여 상세하게 엮어 낸 독도사랑, 나라사랑 책으로, 아베정권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한 역사왜곡 도발 및 경제보복 등 독도가 처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 고취와 함께 대응책도 강구할 수 있는 책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를 지켜온 위대한 국민성과 나라사랑-애국정신의 현 주소는 늘 장엄하고 당당하게 우리 한국사를 빛내고 있다. 독서와 현실 참여를 통해 독립운동과 의병정신을 되살리면서, 21세기에 더욱 빛나는 대한민국이 하루 속히 이뤄지길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함께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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