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일확천금을 거머쥔 역사의 결말을 바라보며 얻는 교훈

한때 금화보다 더 많이 쓰이던 은은 국제 시장에 무제한적인 유동성을 부여한 재화이자 너 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가지려고 한 화폐였다. 이러한 은화(silver coin 銀貨)가 해가지지 않는 대제국 스페인이 쇠퇴한 이유와 관련되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를 연구한 이탈리아 역사 학자 카를로 마리아 치폴라의 작품이 흥미롭다.

▲ 카를로 M. 치폴라 (지은이)/장문석 (옮긴이)/미지북스/원제 : Conquistadores, pirati, mercatanti: La saga dell'argento spagnuolo

스페인은16세기 중반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막대한 은이 매장된 광맥을 잇달아 발견하여 대부분의 은을 거둬들인다. 이에 인적 자원으로나 물적 자원으로 보잘것없던 나라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은은 곧 스페인 제국의 통제를 벗어나 전 유럽으로, 더 나아가 투르크와 페르시아, 인도와 중국으로 퍼져 나갔고, 대륙 간 장대한 무역의 발전을 촉진했다.스페인은 식민지들이 공급해 준 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후 제국은 곧 몰락의 국면을 맞았고, 이에 따라 은의 범람이 일어나 전 유럽을 휩쓸었다. 은을 손에 쥔 유럽의 각 나라 특히 영국과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들은 은을 대량으로 거래하며 대 아시아 무역을 주도할 수 있었다.

결국 돌고 도는 은 때문에 무역 발전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쉽게 얻고, 쉽게 잃어버린 재화가 한 나라를 망하게 했으니 불로소득, 일확천금의 꿈은 망상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