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너로 인해 상처입지 않도록 행동했으면 좋겠다.

줄리앙은 웃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이 불타는 것 같았다. 귀가 먹먹하고 잘 들리지 않았다. 마치 수영장 바닥에서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천천히 눈을 떴다. 실눈으로 본 세상은 놀랍도록 하얗다. 눈부시고 하얀 세상, 그리고 눈앞에 안개가 끼는 것 같더니 얼굴 하나가 형체를 드러냈다. 하얀색 옷을 입고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였다.

 

'여기가 빵집인가? 저 누나는 왜 날 뚫어지게 쳐다보지?"

4년 6개월 3일만에 깨어나는 줄리랑이 느낀 감정의 표현들이란다.

▲ 엠마누엘 부르디에(글) │홍정선(그림)│김미향 옮김│크레용하우스

4년 6개월 3일! 제목 부터 심상치 않지.

중·고등학교 과정은 3년이니 그것보다는 길고, 초등학교 과정은 6년이니 그것보다는 짧은 시간, 4년 6개월 3일. 그 시간동안 혼수상태, 코마(깊은 잠)을 상태로 누워 있던 줄리앙.

 

혼수상태에 있게 되면 깨울 수가 없고 일반적으로 고통이나 빛, 소리 등에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해. 이 책 속 줄리랑은 크리마스때 자전거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4년 6개월 3일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 시작해.

 

여덟 살이었는데 열 세살이 되었고, 짧은 다리는 길어졌고, 혼수상태에 빠진 사이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일주일마다 바뀌는 두 개의 집과 새아빠가 생겼어. 또 예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들도 훌쩍 커버려, 여덟살 기억에 머물러 있던 줄리앙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는 괴로움과 깨어나면서 시작된 사춘기등 뒤죽박죽 된 시간에 적응하느라 힘들어 해.

 

우리집도 2017년 1월의 사고로 네 동생이 1달정도 의식없는 상태로 누워있었지. 환자의 상태가 중한 상황이라 하루에 2번 면회 이외에는 아이를 볼 수 없어 집중치료실 밖에서 문틈 사이로 아이의 움직임을 지켜 보았단다.

 

어제와 다르게 손발을 조금씩 움직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혹 나를 찾는데 못가는건지 조바심이 나면서 걱정이 되었고, 면회시간에 보러가면 기관삽입해 놓은 인공호흡기때문에 말이 안나올텐데도 두 눈으로 나를 알아보며 엄마라고 부르려고 했던 그 모습에 기쁨에 눈물을 흘렸는데, 의식을 깨는 과정 속에 열이 계속 오르고 발작을 계속하는 등 힘들어 해 뇌를 쉬게 해주기 위해 수면치료에 들어가 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갖게 했어.

 

다행히 치료를 잘 받은 아이는 잘 깨어났고, 또래와 함께 생활하며 안정을 찾기 바랬던 엄마의 고집으로 병원에서는 6개월이상 쉬어야 된다는 아이를 무리해서 학교 생활에 적응 시켰어. 자꾸 아기처럼 구는 아이의 모습에 속상하기도 하고 그런 아이를 놀리는 또래의 모습에 속상하기도 했지.

 

그 또래아이한테는 보호자 없는데서는 뭐라 할 수 없어 암말도 안하다가 지나던 길에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하던 중에 오늘 다친 친구도 내 아이처럼 바보가 되는거라는 말에 욱해 그 부모 앞으로 가 그동안 못다한 말을 다 풀어놓고 집에 가 아이를 안고 서럽게 울었지.

 

부모인 나도 또래의 놀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속상했는데, 줄리앙은 그 모든걸 혼자 담아내느라 힘들었을꺼라 생각이 들더라.

 

인생을 살면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도 다 소중한 너의 삶의 일부분이야. 하지만 나는 기억할 수 없는 순간은 어떨까? 줄리앙이나 네 동생처럼 의식없이 누워있던 그 순간들처럼.

 

너의 주변사람들에게 배려와 관심을 가져, 타인이 너로 인해 상처입지 않도록 행동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