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책 제목과 글의 내용이 너무 상이한 반어적 제목의 '운수 좋은 날’

▲ 현진건(글) │문학과지성사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인력거꾼 김첨지. 아내가 아파도 약은 커녕 끼니조차 걱정해야 할 정도로 힘든 그는 아픈 아내에게 더 퉁명스럽게 대하며 하루하루 버거운 삶을 살아가는 그의 하루.

 

평상시와 다르게 일을 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아내를 뿌리치고 일터로 나간 김첨지에게 뜻밖에 행운의 연속. 날씨도 무지 추운 겨울, 거기다 비까지 내려 평상시면 인력거꾼에게 허탕을 칠 수도 있던 그날! 운좋게도 김첨지에겐 손님이 끝임없이 찾아온다.

 

계속 손님을 태우면서도 평상시 설렁탕을 먹고 싶어했고, 마지막으로 보고나온 아내의 모습에 마음에 걸려 불편했지만……, 끊기지 않는 손님으로 인해 평상시엔 만저보지 못한 큰돈을 손에 쥐게 된 그는 손님을 뿌리치지 않고 태우며, 운 좋은 바쁜 하루를 보낸다.

 

운 좋은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려고 돌아오는 길 선술집에서 만난 친구와 술을 마실때 불길한 생각이 자꾸 나지만 그것을 애써 무시하다 "이깟 돈이 뭐라고 아픈 아내가 잡는 손을 뿌리치고 나가야 했단 말인가." 돈에 대한 울분을 토해낸다.

 

아내가 먹고 싶어하던 설렁탕을 사들고 뒤늦게 집으로 향하지만,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는것은 설렁탕을 먹을 수 없는 그의 아내의 모습.

 

엄마의 어제 하루는 김첨지와 반대였어. 학교 일로 빨리 일처리를 하고 나가야 하는데, 평상시 같았으면 순조로웠을 일정이었어.

 

너가 좋아하는 추어탕을 포장해 퇴근길에 너 먹이고 학교에 가려고 해, 현수막 찾으러 가는 길에 평상시 먹어보니 너가 좋아할 꺼 같아 한 번 사주려했던 추어탕을 사다 놓았어.

 

퇴근시간 근처에 복사를 부탁받아서 했는데, 잘 되던 프린터도 이상하게 인쇄물에 줄이 갔고, 프린터 업체에 물으니 먼지가 거울에 점하나 크기로 묻어 그런거니 물티슈로 거울을 닦아주면 사라질꺼라고 하는거야. 맘은 급해도 처리해야 할 듯 싶어 나가던 길에 다시 돌아와 프린터 먼지를 제거 했고 한장 연습삼아 출력했더니, 깨끗하게 잘 나오는 거야 그래 잘 되었다 싶어. 다시 부탁받은 인쇄물을 넣었는데 이게 왠걸, 아까처럼 계속 줄이 가는거야.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꺼 같아 포기하고 나갔는데, 줄이가면 복사하지 말라는 문자가 와 다시 돌아와 복사를 취소하고 빠르게 움직였지.

 

복사로 인해 시간이 많이 지연된 탓에 바로 학교로 가야했는데, 택시타면 몇분 벌을 수 있을꺼 같아 택시타고 집으로 갔고, 내 말에 대답 잘 하길래 별 의심없이 너가 좋아하는 추어탕을 끊이며, 엄마 바로 나가야하니 어여 일어나 먹으라했지.

 

좀 늦더라도 가까이가서 얼굴을 확인하고 너가 먹는 모습을 보고 나갔어야 했는데, 늦지않기 위해 뛰어나가며 너의 대답을 YES로만 받아들였지.

학교까지 걸어가는 내내 혹시나 하는 불안이 일어 너에게 전화를 몇차례했는데 받지 않으니 내가 되돌아가던가, 아님 누군가에게 우리집에도 가봐 달라고 부탁을 했어야 했는데…….

 

나만 도착하지 않았다는 전화가 오자 조급해져 너에게 "불나면 안되니깐 어여 일어나서 먹어."란 문자만 보냈네. 회의가 시작되고 집중이 되지 않는 가운데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고,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쌤에게 문자로 우리집 좀 가봐달라했는데, 소방차 3대, 경찰, 관리사무소 모두 우리집에 오시게 되었고, 쌤이 나를 대신해 상황을 정리해줬지.

 

다행스럽게도 냄비하나 탄 걸로 엄마의 운수 좋은 날이 마무리 되었지만, 계속 되뇌어 봐도 끔찍한 하루였다. 너에게 너무 끔찍한 추억을 안겨준게 나 자신이라는 사실에 속상하고 맘이 아프다. 나에겐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런 보석에게 트라우마가 될 사건이 너의 삶에 어떤 불안장애 요소가 될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다 큰 너를 꼭안아주며 생각했다. 내 삶에 가장 소중한 보석인 너가 새롭게 태어났으니, 더 많이 사랑하며 안전해야 할 보금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김첨지와 반대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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