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이란 아이가 있다. 우리 반 키 번호 1번이다. 키도 작은데 눈도 동글동글하고 목소리도 가는 편이라 정말 귀엽다. 심지어 6학년 초반부터 담임인 나를 잘 따르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부터 나는 도영이를 ‘귀여운 도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도영이는 자기보다 머리 하나 더 큰 민재랑 친하다. 민재랑 장난치다 씩씩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는지 모른다. 무표정하게 툭툭 내뱉는 말도 어이없으면서 웃기는 경우가 많다. 사진 찍을 때 표정은 한껏 해맑다.

  발표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숙제도 잘해오고…. 영 개구쟁이 같지만 자기 할 일은 잘 알아서 하니 귀엽지 않을 수 없다. 마음씨도 착해서 어린 나이에 ‘손해 보는 즐거움’까지 아는 모습이 참 기특하다.

  그런 도영이가 학기 초에 쓴 수필을 읽다 한참 웃었다. 도영이는 짜증 나 죽을 것 같은 날이었을 텐데 나는 도영이 모습, 표정 하나하나가 정말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특히 마지막 부분, 머리카락 잡고 위로 올린 뒤, 이불 뒤집어쓴 도영이 모습은 바로 내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최악이었을 도영이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 수필을 볼 때마다 도영이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귀엽다.

 

최악인 날(김도영)

영어학원에 갔다. 리스닝이 집에서 안 돼서 영어학원에 간 것이다. 그런데 CD를 가지고 오지 않아 다시 집에 갔다. 선생님이 그냥 노트북으로 한번 해보라고 하셨다. 다시 영어학원에 가기 귀찮아서 노트북으로 하기로 했다. 집에 오니까 공부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3시 30분에 숙제를 하자고 하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3시 30분에 노트북을 봤더니 CD를 넣는 곳이 없었다. 노트북이 구형인 걸 고려해서 확인을 해야 했는데 나의 실수였다. 나는 짜증이 났다. 그래서인지 시험을 대충 보았다. 기수 서수를 써야 하는데 서수만 썼고 또 해석도 잘하지 못했다.

그렇게 영어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밖에 비가 왔다. 나는 또 깊은 짜증이 났다. 밖에 자전거를 세워놓아서 자전거가 다 젖은 것이다. 그 자전거는 내 용돈과 엄마의 돈을 보태서 산 소중한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나는 되는 일이 없던 그 날의 화를 풀기 위해 편의점에서 친구와 라면을 먹었다.

정말 최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되는 일이 없었다. 그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그리고 내일 또 학원 갈 생각, 숙제할 생각을 하니 화가 났고, 엄마가 오고 나서 책 읽으라고 하고 금요일에 씽크빅, 아이스크림 홈런도 하라고 해서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엄마가 밉기도 하고 화도 났다. 그래서 머리카락 잡고 위로 올린 뒤, 이불 뒤집어쓰고 있다가 할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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