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농담이 아니다”

『올 댓 맨 이즈』를 구성하고 있는 아홉 편의 단편은 각각 4월에서 12월까지를 그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열일곱 살부터 칠십대 노인까지 점점 나이든 주인공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올 댓 맨 이즈』, 즉 ‘남자에 대한 모든 것’ 정도를 뜻하는 제목이 말해주듯 주인공들은 모두 남자다. 하지만 작품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질한 남자 주인공들보다 더욱 강렬하게 그려지는)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고, 게다가 몇몇 여성 인물들은 매우 비중 있게 등장하고 있으므로, 제목이 주는 선입견과는 달리 단지 남자들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 데이비드 솔로이 (지은이)/황유원 (옮긴이)/문학동네/원제 : All That Man Is


이 아홉 편의 단편은 전형적이고도 전통적인 단편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다. 모두가 여행이나 업무 등의 이유로 집을 떠나 잠시 다른 유럽 국가로 갔다가, 거기서 여자와 관련된 어떤 사건을 겪게 되며, 그 사건이 끝남과 동시에 약간의 변화된 상황에 처하게 되는 남자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마지막 단편에 등장하는 노인의 손자가 첫번째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 사이먼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그리고 주인공들이 모두 유럽의 백인 남성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인물들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 하지만 어떤 공간은 다른 단편에 스쳐지나가듯이 재등장하기도 하고, 대성당, 리들 마트, 아파트 층계참의 화분, 타로 카드, 바르바레스코 와인, 슈퍼요트 같은 유럽적인 요소들이 둘 이상의 단편에 각기 변주되어 등장하기도 하는 등, 구조적으로는 유럽 전체를 그려볼 수 있는 방식으로 엮여 있다. 그리고 이런 단편적인 사실들 외에도 『올 댓 맨 이즈』에는 분명 어떤 일관된 흐름이 존재한다. 21세기라는 현재를 살아가는 유럽인이 느끼는 슬픔이라고 할 만한 어떤 보편적인 감정의 흐름이.

이런 점에서 모든 단편들이 3인칭 현재형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3인칭이라는 시점은, 이것을 그 나잇대의 (유럽) 사람(남자 혹은 여자)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법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주고, 현재형이라는 시제는, 실은 늘 현재일 수밖에 없는 ‘시간의 흐름 자체’를 실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지막 단편에 등장하는 노인의 손자가 첫번째 단편의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하는 까닭에, 이 흐름은 단순히 선형적이지 않고 순환적으로 느껴진다. 12월의 이야기까지 다 읽은 후, 공백으로 남아 있는 1월부터 3월까지의 추위와 빛 속에 한동안 홀로 고요히 머물다가, 다시 책장을 펼쳐 4월의 이야기 속으로 돌아와 있으면, 『올 댓 맨 이즈』의 주인공은 실은 끊임없이 흐르는 바로 이 ‘시간’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다. 각 단편은 어디까지나 전통적인 내러티브의 미덕을 충실히 따르지만, 전체 구조는 결국 시간과 보편성이라는 관념적인 주제를 탐구하고 형상화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올 댓 맨 이즈』는 (그 장르를 무엇으로 보건 간에) 전체를 조망해볼 때 비로소 그 정체가 드러나는 작품이다.(출판사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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