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가까이 책과 함께하는 가족

분석하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빠 오윤찬은 컴퓨터와 본인이 어렸을 때 놀이감으로 즐기던 장난감을 아들에게 만들어 주고 같이 놀아 주는 친구 같은 아빠다.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하는 엄마 라보라는 재활용으로 멋진 장난감을 만들어 주는 누나 같은 엄마다. 게다가 아들들에게 책 읽어주는 걸 기뻐하고 쿠키도 직접 만들어 줄 만큼 마음과 몸의 양식까지 챙겨주는 자상함까지 갖췄다.

▲ 책과 가까이 책과 함께하는 오윤찬 가족

곱슬머리에 작고 검은 안경을 쓴 둘째 민규. 민규는 현재 자기가 알고 싶은 궁금증의 해답은 만화책 속에 있다 생각한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불쑥 던져 가족들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가족의 웃음을 책임지는 스마일메이커다. 민규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큰 아들 승빈. 심심할 때 동생이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승빈이지만, 레고를 너무도 사랑해서 장차 세계에 한국인 최초 레고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란다.

 

윤찬씨네 집엔 가족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적어 놓는 보드판이 있다. 막내 민규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인데, 보드판에 적힌 궁금증은 한 주의 주제가 되어 가족 모두가 생각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통의 소스가 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TV가 없어서 두 아이 모두 자연스럽게 책을 보고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하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승빈이는 자연스럽게 동생에게 책 추천과 민규가 좋아할만한 책을 찾아서 책의 내용이나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주면서 민규의 책멘토가 되었다고 한다. 윤찬부부는 지금도 두 아들이 삼국지를 읽고 친구들과의 관계나 리더가 되는 조건들이 무엇인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알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붙잡고 게임이나 채팅하느라 손과 눈이 분주해서 책 읽은 시간을 거의 빼앗기고 있다. 윤찬씨 부부는 요즘 같이 속도에 매몰된 IT시대일수록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책을 왜 읽어야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책은 우리에게 다양한 사고를 갖게 해주고 인터넷, 스마트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이를 알게 해주는 귀한 보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무한한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삶에 대한 지혜까지 가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을 청소년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오윤찬씨가 독서의 중요성을 말할 때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 내용이 공감이 돼서 소개하려고 한다. ‘1995년, 미국 작가인 얼 쇼리스는 ‘클레멘트 코스’라는 전과자, 약물 중독자, 실업자 등한테 책을 읽히는 코스를 창설. 그는 31명의 전과자 등한테 여러 가지 책을 읽혔다. 그 결과 2명은 치과의사, 14명은 학점 취득을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빌 게이츠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 지금까지도 아침 일찍 일어나 열심히 책을 읽은 습관이 Microsoft를 그 분야의 최고의 회사로 만든 성공 노하우‘였다는 사실을 늘 언급한다고 한다. 이런 구체적인 사례까지 언급하며 독서를 강조한 오윤찬 가족의 독서철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책이란 꾸준히 읽지 않으면 책과 멀어질 수 있으므로 평소에 습관적으로 읽는 것이 최고의 독서방법.

 

우선, 틈틈이 시간 날 때 마다 학교든 집이든 그 어느 곳에서라도 열심히 책에 ‘홀릭’해야 한다며 책을 읽을 때 가장 좋은 시간대는 아침이라고 강조(물론 개인의 바이오리듬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나 회사에 가기 전에 30분 쯤 독서를 하거나 아니면 학생들은 학교 아침 독서 시간을 활용해서 짧고 굵게 집중해서 독서를 하면 책읽는 습관을 만들기에는 아주 효과적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물론 두 아들들도 독서습관이 형성되는데 이런 과정이 한몫했음을 시인했다.

 

두 번째로 책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라고 했다. 보여 주기위해 읽기 힘든 철학이나 사상을 담은 책을 읽어봐야 흥미가 없다면 해도 안 되고 재미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수준에 적합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윤찬씨 부부가 정한 규칙은 아이가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 휴대폰을 사 주지 않는 것과 책을 다루는 자세라고 했다. 휴대폰이 없는 것은 책과 더 친해질 기회를 주기위해 정한 일종의 원칙과도 같은 것이다.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책이 오면 먼저 책꽂이에 꽂지 않고, 마루바닥에 책 제목이 보이게 펼쳐 놓은 체, 전 권을 다 읽은 후에 둘째 눈높이에 맞는 칸에 꽂아 둔다. 아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을 경우엔 엄마 보라씨는 너무나 재미있다는 듯이 먼저 그 책을 아이 앞에서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 아들들은 그게 무엇인가 궁금해 하며 같이 읽게 되어 더 흥미롭게 책을 읽게 되기도 한다고.

 

부모가 먼저 읽거나 아이가 다니는 동선에 그 책을 깔아 놓고 밟고 다녀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기다려 주면 어느 순간에 그 책은 아이 손에서 읽혀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학습이론가, 반두라의 관찰학습이론처럼 부모의 잔소리가 아닌 묵묵히 기다려 주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독서습관을 만드는 핵심중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만남이었다.

 

요즘은 제2의 학교처럼 방과 후에 꼭 학원을 가야만 하는 현실에서 학원이 아닌 책을 통해서 스스로 알아가는 재미가 어떠한 힘을 발휘하는가를 주변에 알려 주고 싶다. 또한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조절하고 만들어 가는 시간운영의 주체자로서 힘을 키웠으면 한다며 책과 시간관리 통해서 꿈을 이루어 가도록 돕는 것이 영찬씨 가족의 바람이다. 어느 학원이 좋은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어떤 책을 아이들에게 읽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책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해 주는 가족이 되고 싶다고 희망하는 윤찬씨 가족을 뒤로하며 책과 사람이 함께하는 10월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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