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엄마’ 혹은 ‘아빠’의 역할은 처음이다.

이 책은 『Surviving a Borderline Parent: How to Heal Your Childhood Wounds & Build Trust, Boundaries, and Self-Esteem』의 번역서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경계선 성격의 부모를 둔 자녀들에게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나의 부모(경계선 성격의 부모)로 인해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위로하고,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소개된다. 또한 어린 시절의 그 고통이 지금도 여전히 나의 여러 모습에서 드러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할 수도 있다. 책에서는 심리학적 설명과 실제 사례의 생생한 증언을 들려줌으로써 나의 과거와 현재의 여러 조각들을 하나씩 떠올릴 수 있게 된다. 결국 조각들이 맞춰지면서 하나의 퍼즐로 완성될 때 비로소 나의 과거와 현재가 왜 있을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었는지를 이해하는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에 대한 이해와 함께 성인이 된 자녀가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여러 방법들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인생의 방향키를 스스로 잡을 수 있는 지침도 싣고 있다.

▲ Kimberlee Roth,Freda B. Friedman (지은이)/김선경,최창업 (옮긴이)/박영스토리/원제 : Surviving a Borderline Parent: How to Heal Your Childhood Wounds & Build Trust, Boundaries, and Self-Esteem (2003년)


역자들은 심리상담자이면서 부모이다. 상담실에서 듣는 내담자들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부모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변하기 어려운 부모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부모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 부모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이해하는 과정만으로도 내담자들에게는 중요한 치유의 과정이 되었다. 나의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고, 과거에 내가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현재에도 남아있는 그 영향의 그림자들을 이해하는 과정은 상담실을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실의 내담자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말이다. 이 책은 그런 필요에 딱 맞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반가웠다. 더욱이,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함께 혼자서 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셀프 상담 방법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면서 독자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돕고 있다는 점에서도 반가웠다.

한 가지 더 기대한다면, 경계선 특징을 지니고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조심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을 짚어주었다는 점에서도 유용한 책이 될 수 있다. 표지작업을 하면서 제목을 결정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고민의 핵심은 “‘borderline parent’를 한글로 어떻게 옮길 것인가?”였다. 본문에는 주석에 설명을 달아서 ‘경계선 특징이 있는 부모’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제목으로 달기에는 독자들에게 낯선 용어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우리는 『가족의 무서운 진실』이라는 역서 제목을 선택했다. 부모가 지닌 “불안정성”이 자녀에게 대물림된다는 무서운 진실을 독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싶었다. 영어제목을 부제로 넣어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왔다(borderline 이라는 개념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지식이 있다면 조금 더 쉬울 수 있다).

단독 번역을 하겠다는 대표역자의 호기로 책의 번역이 훨씬 늦어지거나 무산될 수 있었다. 최창업 선생님은 대표역자가 재직한 학교에서 학생과 교수로 만났다. 오랜 대기업 커리어를 뒤로 하고 심리상담이라는 공부를 시작한 최선생님은 대학원 수업과 원서강독 스터디에서 대표역자와 인연을 맺었고 번역작업이 한 발도 못 나가고 멈춰 있는 지점에서 합류하여 역서의 마무리에 큰 동력이 되어 주셨다. 함께 해 주시지 않았다면 어쩌면 아직도 마감일에 쫓기며 마음의 빚만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최선생님의 도움과 추진력으로 이렇게 책이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 책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명확히 이해하고(나의 탓이 아님을,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고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것을), 부모를 이해하며, 자신을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변화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준다.

비록 이 책에서는 ‘경계선 성격’의 부모가 어떤 심리적 문제가 있고 이것이 자녀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만 초점을 두었지만, 비단 경계선 성격이 아니라고 해도 부모의 심리적 특징이 자녀에게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가늠하기에도 충분하다. 성격이라는 것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현되고, 타인에게 인식된다는 점에서 부모가 된 사람은 자신의 성격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아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먼저 이 책은 심리상담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좋은 교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경계선 성격의 특징들을 지닌, 그래서 어려움을 경험하는 분들이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셀프 상담 팁들은 상담전문가를 만나기 전에, 혹은 상담을 병행하면서도 변화를 위한 유용한 길잡이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분들이 자신의 성격을 체크하고, 아이를 키울 때 어떤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어떤 부분에 유념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데에도 좋을 것 같다.

번역은 생각보다 많은 작업이 필요한 노동집약적인 일이라는 것임을 알지만 늘 시작한다. 아마도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눈으로 마주하는 기쁨이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번역작업을 해 주신 최창업선생님과, 역서가 계약된 처음부터 교정의 마무리까지 도와주신 박영사 식구들께 감사한다.(출판사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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