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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출판교육현장탐방
[김수연의 지智독讀한 창작소] 아이나 어른이나
김수연 선생님  |  42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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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8  18: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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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는 때가 있다. 한 번씩 이것도 힘들고, 저것도 힘들고 힘든 일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문득 우울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나는 그 순간만큼은 내 기분이 참 우울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대학원 지도교수님이 물으셨다.

  “선생님도 우울할 때가 있으세요?”

  질문을 받고, 수많은 우울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우울할 때가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면서도 딱히 언제 우울한지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나는 평소 우울함을 잘 못 느끼고 사는 것이다.

  어른인 나도 자기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한다. 아이들은 오죽할까? 아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감정조절카드’로 교실에서 간단히 활동한 후, ‘요즘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에 대해 글을 써보라고 했다. 그렇게 받아본 글을 읽고 느낀 점은, 어른이나 초등학생이나 즐거웠다, 슬펐다, 화났다, 기뻤다 한다는 것이다.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김서진)

  나는 요즘 여러 감정을 느낀다. 주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지만, 부정적인 감정도 느낀다. 또 부정적인 감정을 느껴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감정을 느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학원 숙제 때문에 힘들다. 학원 숙제는 너무나도 많다. 특히 영어단어 외우는 게 가장 힘들다. 통과하는 게 그렇게 어렵다. 어려워서 열심히 외워야 한다.

  하지만 숙제를 하고 학원에 가서 칭찬을 받으면 엄청 뿌듯하다. 그래서 힘들게 숙제를 한 보람이 있다. 단어시험을 통과하면 뿌듯한데 통과를 못 하면 후회된다. 열심히 외울 걸 하면서 후회를 한다. 그러고는 다음에는 잘 봐야겠다고 다짐하고는 다음에는 못 보고 후회한다.

  학원 끝났을 때 편의점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사서 집에서 TV 보면서 먹으면 너무 행복하다. 요즘에 편의점에 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과자가 다 먹고 싶고 라면도 마찬가지로 다 먹고 싶다. 엄마는 내가 살이 찌려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나는 맛있는 거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근데 학원 끝나고 먹으면 더 맛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먹으면 뭔가 더 맛있다.

  엄마가 맛있는 걸 해준다고 하면 설레고 들뜬다. 왜냐하면,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면 실망한다. 한껏 들떠있는데 싫어하는 음식은 맛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가끔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친다.

  또 엄마는 가끔 말을 하고 말을 바꿀 때 억울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엄마가 공지를 보면서“시청에서 자동차 정비 공짜로 해준다니까 가서 받아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시청? 구청이라고 적혀있는데?”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가“얘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언제 시청이라고 했어, 구청이라고 했지. 그리고 시청이 얼마나 먼데.”라고 말했다. 너무 억울했다. 엄마는 맨날 이런다. 왜 엄마가 말하고는 엄마가 모르는지 모르겠다.

  친척 집에 놀러 갔을 때 용돈을 너무 많이 주면 부담스럽다. 친척 집에 한 번 가면 보통 5만 원 이상 받는다. 더 많이 받을 때도 많다. 그때는 부담스럽다. 어느 정도 적당히 받으면 감사히 받는데 너무 많이 주면 부담스럽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무섭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조용해서 더 무섭다. 혼자 있지 않았을 땐 신경 쓰이지 않았던 소리가 신경 쓰인다. 일부러 TV 소리를 크게 틀어놓는데도 소리가 너무 잘 들리다. 그래서 웬만하면 혼자 있지 않으려고 하는데 혼자 있을 때가 많아서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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