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말싸미]영화는 우리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정말 승녀들이 한글을 창제한 것일까?라는 충격적인 질문을 갖게 만든 영화이기도 했지만, 영화이기에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적 사실을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서는 그 영화를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아무리 우리가 평상시에 한글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잊고 산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어떤 계기가 생기면 국민적 정서는 분명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언어는 시대에 반응하고 시대를 반영하는 한 객체와 같다. 그래서, 언어는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며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언어사용을 보면서 많은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의사소통의 가치를 잃어버린진 않는다. 

 


지난 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안산강서고에서는 1, 2학년생이 모두 참여하는 백일장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안산강서고는 백일장뿐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 읽기 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한글 관련 행사를 10년 가까이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나, 2명의 학생이 한 모둠이 돼 외래어와 비속어, 인터넷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는 ‘우리말 다듬기 대회’는 학생들의 호응이 큰 대표적인 행사다. 올해는 ‘팩트체크’와 ‘스포일러’라는 공통 단어와 각자가 선택한 단어 3개 등 5개의 단어를 고치는 방식으로 진행돼 100여 명이 참여했다. 최근 신문과 방송 기사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팩트체크’는 학생들의 고민을 거쳐서 거짓거르기와 ‘참가리기’ 같은 쉬운 말로 다시 탄생했다. 

영화와 이야기의 결말을 미리 밝히는 행위나 사람을 뜻하는 ‘스포일러’는 재미를 가로채간다는 뜻의 재미슬쩍꾼, 일의 순조로운 진행을 방해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가탈꾼’, 재미를 빼앗아 간다는 뜻을 담은 ‘흥도둑’ 같은 단어로 바꿔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대회에 참여한 2학년 이영서 양(17)은 “어떤 말을 우리말로 고쳐볼지 찾아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너무 많은 외래어를 쓰고 있고 또 우리말이 너무 오염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제출한 결과물에서는 ‘광클’ ‘노답’ ‘띵작’ 같은 정체불명의 인터넷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려는 시도가 눈에 띄기도 했다.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유상균 교사(41)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감 날 자정 직전에 결과물을 낼 정도로 끝까지 고민하는 것이 느껴진다”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고민을 국립국어원이 상시로 진행 중인 우리말 다듬기 행사와 연계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오세호 교사(51)는 “학교에서 매년 외국 교환학생을 받는 등 국제적인 활동도 펼치고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말과 우리글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시작한 활동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한편,  한글 연구에 나선 교사들이 2013년에는 ‘함께 떠나는 한글여행’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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