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마지막 페이지에 머무는 다사로운 희망의 빛

모든 하루에는 반짝이는 순간이 숨어 있다
망해가는 세상 속에서 희망을 발견해내고야 마는 단단한 마음

▲ 김미월 (지은이)/문학동네


그러나 김미월 소설의 인물들은 막막한 현실을 기어코 다시 살아가보기로 결심하는데, 그럴 때 그들은 누구보다 듬직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게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사십대로 접어들면 그들도 더이상 방황하지 않게 될까. 이 질문에 당장 답할 수는 없겠지만, 김미월이 그들에게 불어넣어준 체념 섞인 꿋꿋한 자세가 있다면 서른 시간 후 지구 종말이 찾아온다고 해도 평소와 다름없는 나른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13년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종말 하루 전날 종로 일대의 풍경을 묘사한다. 그런데 김미월이 그리는 종말 직전의 풍경은 비장하지도 참혹하지도 않다. 평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생기라고 부를 수도 있을” 무언가가 사라져 있다는 것뿐이다. 이미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인식이 세간에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종말 정도로는 일상의 관성을 깰 수 없다는 듯, 사람들은 주어진 일과를 보내며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미래가 없어져버린 이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일이 기쁨을 가져다준다. 복숭아 통조림 캔을 따기 위해 애쓰던 주인공이 의외로 쉽게 뚜껑을 열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의 눈이 행복으로 반짝이는 것처럼. 세계와 함께 삶이 망해가더라도, 김미월의 인물들은 일상이 지닌 의미를 찾아내서 스스로 삶을 빛나게 만든다.(출판사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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