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꽃들에게 바치는 연서

‘동해물과 백두산’을 ‘마르고 닳도록’ 부르며 살아온 세월이 반세기가 훌쩍 지났습니다.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그리던 백두산을 비록 남의 나라 땅을 통해서나마 갈 수 있게 된 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백두산 천지는 애국가보다 훨씬 장엄했고 가슴 벅찼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눈물 나는 감격이었지만 이내 끝없이 펼쳐진 천상화원의 꽃들에게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그 고산초원에는 천지 주변의 눈이 녹는 유월 중순부터 첫서리가 내리는 팔월 중순까지 수많은 꽃들이 황홀하게 피었습니다. 천국의 꽃밭이라는 찬사를 바쳐도 부족할 장관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몇 포기밖에 없는 희귀한 식물들도 원 없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디 백두산뿐이겠습니까. 시인 윤동주가 어릴 적 뛰놀던 간도 땅 작은 동산에 핀 꽃들은 우리말로 반가운 인사를 건넸습니다.

▲ 이재능 (지은이)/신구문화사


백두고원에서 아득한 만주벌판을 보았고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몽고, 몽골, 중앙아시아의 대자연으로 깊숙이 빠져들어 갔습니다. 백두고원은 꿈이 현실이 되고, 그리움의 세계를 대륙으로 펼쳐준 발판이었습니다.
천지를 열여덟 번 올랐고 만주에서 몽골까지도 여러 해 다녔으나, 그 거대한 산과 대지가 품고 있는 식물의 백분의 일이나 보았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백두산과 만주벌판의 꽃들에 반해버린 꽃벗들이 뜻밖에 많았습니다. 그분들이 ‘자연을 사랑하는 모임 인디카’에 남겨놓은 자료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보고 싶은 욕심을 충동질했습니다. 귀한 작품을 즐거이 보내주고 조언해 주신 많은 꽃벗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를 전합니다.
그러므로 애당초 이 책은 전문적인 연구와는 거리가 멉니다. 백두산 꽃에 무작정 반해버린 꽃벗들의 연서 모음집이라고나 할까요. 혹여 이 책에서 아는 체하는 구석이 보인다면 그건 꽃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려는 최소한의 성의일 뿐입니다.
수년 동안 집을 떠나 탐사와 저작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준 아내와 자녀들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통일의 그날은 기약할 수 없으나, 남북의 왕래라도 자유로워져서 우리 땅 백두의 꽃들로 이 책을 다시 만들 꿈을 꾸어 봅니다.(출판사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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