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상(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평평하다는 말은 어느 쪽에 치우침이 없이 공평하다는 뜻이다. 필자의 말은 책을 쓴 저자들의 주장이 공평하다는 뜻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균형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독서가 가져다 주는 여러가지 유익 중에 특히 돋보이는 것이 바로 균형 감각이다. 한 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쪽을 보지 못한다. 인간은 누구나 보이는 것만 보고 산다. 쏠림 현상을 갖고 독서를 하면 보이는 부분만 확대되어 보이고 나머지는 감추어진다. 독서량이 많다고 떠드는 사람도 쏠림 현상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누가 봐도 편협한 사고를 가졌지만 자신은 그것도 모른채 우물안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상을 유독 정치권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독서를 통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저자는 왜 이런 주장을 할까 하며 약간의 의심스런 눈초리로 독서를 하는게 좋다. 무조건 책의 내용을 100% 믿어버리는 방법은 위험하다. 아무리 책에서 뭔가를 찾아내어도 자신의 생각과 현실이 다르다면 충돌이 발생한다. 이런 충돌은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는 성장을 위한 좋은 방편이다. 성장은 밸런스를 이룰 때 비로소 가시화되기 시작한다. 솔직히 독서는 쉽지 않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수록 점점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독서의 결과로 얻게 되는 성취감은 커다란 결실로 우리에게 보상한다. 성장을 위한 독서는 단순한 지식 축적을 위한 독서와는 크게 다르다.

 

독서의 결과는 강연이나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일방적인 강연이 아니라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질문하거나 응답하는 과정에서 강연자가 과연 어떤 독서를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고 그 사람의 인격이나 품성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균형 감각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은 성급하게 다른 사람을 헐뜯거나 억지 논리를 펴는 것이다. 바이블에도 남에게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남을 비판하지 말라고 했는데 독서를 좀 했다는 사람들 중에는 쉽게 남을 비판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비판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균형 감각은 사라지고 급기야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편협한 사고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만다. 겸손하게 독서하면서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한순간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책을 단순히 많이 읽는다고 인격이 성숙하고 균형 감각이 생긴다고 말할 수 없다. 얼마나 진지하게 독서를 하며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 녹여 내었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 이런 독서의 방법을 아주 어릴때부터 가르쳐서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성인이 된 후 이런 깨달음에 이르기에는 너무나 장애물이 많다.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가끔 독서를 권하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물어온다. 어떤 책을 고르고 읽느냐도 자신에게 달려 있다. 책을 잘못 선택하는 것조차 균형 감각을 키우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달콤한 책도 읽고 독이 든 책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균형 감각이 생긴다. 책은 평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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