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공개를 원하는 아이라 이름을 가렸습니다.)

 

080808. 내 휴대전화 비밀번호다. 아니, 비밀번호였다. 한 손에 전화기를 쥐고, 손가락을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쉽게 누를 수 있어 설정해놓았었다. 이 딱 좋은 비밀번호를 바꿔 버렸다. 김OO 때문이다.

 

매일같이 내 자리에서 이것저것 만지는 것으로 모자라 내 전화기로 사진 찍는데 재미를 붙이더니, 어느 틈에 내가 비밀번호 누르는 걸 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걸 동네방네 소문내는 바람에 결국 비밀번호를 바꿔 버렸다.

“이놈의 계집애!”

내가 아무리 소리 질러봐야 헤헤거리며 웃는 OO를 이길 방법이 없다.

 

자기 매력 포인트를 스스로 눈이라고 할 정도로 눈이 똥글똥글, 초롱초롱 예쁜 아이. 이 아이를 처음 만난 건 작년이었다. 5학년 아이들이 6학년 복도에 나타나 돌아다니면서 괜히 선배니, 후배니 하는 것 같아서 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자꾸 5학년들이 6학년 교실 앞에 보여서 연구실로 불러다 한마디 할 참이었다.

“죄송합니다.”

너무나 예쁜 여자아이가 한마디 하기도 전에 바로 반성해 버리니 더 야단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다음 해, 우리 반에서 만나버렸다.

 

처음 OO를 보고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고 생각했다. 한참 생각이 안 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작년 그날이 떠올랐다. OO도 내가 담임으로 들어오자마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 모양이었다. 서로에게 크게 좋은 것 없었던 첫 만남은 이제 그저 한번 웃고 마는 추억으로 남았다.

 

“부장님 반 애들은 막 부장님을 만지고, 장난치고 그러네요.”

동학년 후배가 신기한 듯 이야기했다. 평소 말투가 살가운 편도 아니고, 야단칠 때는 그 누구보다 매서워 보이는 나에게 반 아이들이 그러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내 옷을 만지작거리고, 수시로 옆에 와서 말 거는 아이들 모습이 어색할 법도 했다. 주로 내 옆에 붙어 장난치는 아이가 바로 OO다.

 

OO도 제법 글을 잘 쓰기 때문에 어떤 글을 고를까 한참 고민하다, 짝 관찰일기가 재밌어서 이 글을 선택했다. 이번 기사는 OO가 주인공인데, 민재가 등장해 관심이 나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마음 넓고 장난기 많고 밝고 착한 우리 OO는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백만불짜리 미소와 함께 달려오는 OO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짝꿍 관찰하기(김OO)

 

오늘은 내가 약 이주에 걸쳐서 관찰한 ‘짝꿍 관찰하기’라는 주제이다. 사실 내가 관찰하고 보니 그렇게 좋은 내용만 있지는 않았다. 장점을 꽤 적긴 한 것 같은데, 1개밖에 찾아볼 수가 없다. 뭐 아무튼 시작해 보겠다. 아, 그리고 선생님이 감동할 만한 것이 있다. 끝까지 읽어주시면 좋겠다.

 

먼저 내 짝꿍을 소개하겠다. 이름은 강민재. 성격은 이런 말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약간 까부는 것 같다. 하지만 뭐 엄청 나쁜 애 같지는 않다. 선생님이랑 친해 보이고, 반에선 동해와 도영이와 친하다. 그리고 허세가 좀 심하다. 맨날 뭐라고 구시렁거린다. 불만이 많아 보인다.

 

그다음, 첫인상을 좌우하는 외모부터 써 보겠다. 내가 얘를 처음 본 건 아마도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같은 반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솔직히 그때는 기억도 나지 않고 기억나는 것은 작년 복도에서라고 생각된다. 암튼 내가 얘를 처음 봤을 때는 좀 까칠해 보이고 농구를 할 것 같이 생겼다고 느꼈다. 내가 열심히 관찰한 결과, 얘는 왼쪽에 쌍꺼풀이 있고 오른쪽에는 없다. 피부는 좀 탄 것 같다. 얘는 내가 생각했을 때 얼굴 중 코가 가장 예쁜 것 같다.

 

그리고 강민재가 좋아하는 것은 운동이다! 그중 축구를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 하는 것으로 보인다. 웃긴 것은 맨날 박지후랑 강민재랑 둘이서 누가 더 잘하니, 못하니 등 온갖 허세를 부린다. 그걸 보면 정말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내가 수필 개요를 있는데, 자기가 착하다, 공부를 잘 한다 등등을 쓰라고 했다. 허세가 나쁜 건 아니지만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강민재의 평소 생활은 바르지는 않다. 수업 시간에는 손톱만 만지고 있는 데다가 수학책을 미리 다 풀어놓는다. 그리고는 학습지에 지렁이 글씨로 빠르게 학습지를 완성하고 목걸이를 끼고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이다. 아무튼 수학 계산이 빠르고 잘 한다. 쉬는 시간엔 애들이랑 뛰어다니거나 어떨 때는 책도 읽는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그리고 수필의 메인 주제를 써 볼 것이다. 이 모든 내용은 강민재 본인이 직접 말한 것을 알고 읽어주시면 좋겠다. 내가 개요를 짜면서 강민재한테 수필에 넣어줬으면 싶은 내용을 말해보라고 했더니, 갑자기 선생님 얘기를 넣어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내용을 들어봤더니…. 내용이 글쎄…. 선생님께 많이 맞아도 6학년 선생님이 가장 좋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선생님이 이 이야기를 읽고 어떤 느낌, 표정일지 궁금하다. 댓글에 남겨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수필은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쓸 때도 재밌었다. 선생님의 반응이 더 궁금해지는 글이다. 강민재는 나를 어떻게 썼을지도 궁금하다. 주제도 밀려 쓰고, 숙제도 안 했지만, 안 해서 하는 것 치고 굉장히 글쓰기가 재밌었다. 쓰다 보니 약 5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뿌듯하다. 이것으로 수필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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