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국 컬럼리스트(경기대 겸임교수)

올해는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중국의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지 110년이 되는 해다. 안중근 의사의 당당한 기개와 당당함, 자신을 헌신해 독립을 쟁취하려던 대의, 대한제국의 독립을 넘어서 동양평화론을 통해 세계평화에 대한 기여를 주창하던 철학과 세계관은 일본인들에게조차 깊은 감동을 줬다. 안 의사는 순국 직전 동포들에게 남긴 의사의 마지막 유언을 통해 “내가 한국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3년 동안을 해외에서 풍찬노숙 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들 2천만 형제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여한이 없겠노라”고 대한독립을 염원했다.

 

◇“테러범이 아닌 독립군 참모중장으로 적 사살” 진한 감동= 이같은 안중근 의사의 크고 깊은 뜻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 주년을 맞은 2009년 에이콤 인터내셔널이 제작한 대한민국의 우수한 창작 뮤지컬 <영웅>을 통해 잘 드러난다. 뮤지컬 <영웅>은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으며,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6관왕, 제16회 한국 뮤지컬대상 6관왕, 제1회 예그린어워드 5관왕 등 무수한 수상을 통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9년 초연된 이후 미국의 뉴욕, 중국의 하얼빈 등 해외 유수의 공연장에서 공연되면서 국제사회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미국의 일간 <뉴욕 포스트>는 “스타일이 살아있는 초특급 액션이 어우러진 화려한 서사 뮤지컬”이라고 평가했고, AP통신은 “풍성하고 매혹적인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 같은 작품”이라고 극찬하며 <영웅>의 매력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영웅>은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게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놓인 1909년 당시 러시아의 연해주에서 활동하던 갓 서른 살의 조선 청년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자작나무 숲에서 단지(斷指)동맹으로써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지는데서 시작한다. 하지만 일본 경찰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지면서 독립군들은 위기에 처하고, 독립군들의 활동도 위축된다.

당시 초대 조선 통감직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온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의 대륙 진출을 이루기 위해 만주 하얼빈으로 가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기로 한다. 이 때, 게이샤가 되어 일본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대한제국 익문사 요원 설희에 의해 이 정보가 러시아에 있는 안중근에게 전달된다.

이에 안중근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이토가 하얼빈에 왔을 때 사살을 하기로 계획하고 동지들과 거사를 준비한다. 브라우닝 권총에 일곱 발의 실탄을 장전한 안중근은 하얼빈 역으로 향한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는 어느 누구도 대한제국의 독립을 훼손할 수 없다는 함성과도 같은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려퍼지고, 안중근은 체포된다. 당시 안중근의 거사는 일본이 주장하듯 일개 테러범으로서 요인을 암살한 것이 아니라, 대한제국 의병군이라는 정규군의 참모중장이라는 계급을 가진 군인으로서 적의 수괴를 사살했다는 점에서 당시 국민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뮤지컬로 보는 안중근 의거, ‘누가 죄인인가’ 등 큰 감동= 뮤지컬 <영웅>에 등장하는 곡들은 모두가 주옥 같은 가사와 선율로 진한 감동을 준다. 1부에서는 1. 서곡(Overture) 2. 단지동맹(정천동맹) - 안중근, 단지 11인 3. 게이샤 – 게이샤들, 4. 조선은 보물창고 - 외무대신, 대신들, 게이샤들, 5. 조선 얕보지 마라 - 이토, 대신들, 게이샤들, 6. 이토의 야망 – 이토, 7. 당신을 기억합니다. - 설희, 8. 가야만 하는 길 - 안중근, 설희, 김내관, 제국익문사, 9. 비상구는 없다 - 와다, 독립군, 일본군, 10. 배고픈 청춘이여 - 왕웨이,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독립군, 11. 황혼의 태양 – 이토, 12. 이것이 첫사랑일까 – 링링, 13. 추격1 – 연주곡, 14. 흔들림없는 태산처럼 – 왕웨이, 15. 처음 본 순간 - 이토, 설희, 16. 영웅 – 안중근, 17. 그날을 기약하며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와 같은 명곡들이 불려진다.

2부에서는 1. 오늘의 이 함성이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최재형, 2. 출정식 - 이토, 외무대신, 일본군, 3. 추격2 – 와다, 4. 사랑이라 믿어도 될까요 - 링링, 유동하, 5. 내 마음 왜 이럴까 – 설희, 6. 십자가 앞에서 – 안중근, 7. 축제음악 – 연주곡, 8. 누가 죄인인가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판사, 기자들, 방청객들, 9. 운명 - 안중근, 이토, 10. 동양평화 - 안중근, 치바, 11.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 조 마리아, 12. 장부가 – 안중근, 13. 에필로그(Epilogue)와 같은 20곡의 넘버(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나 음악을 지칭하는 표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그날을 기약하며’, ‘영웅’, ‘누가 죄인인가’는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이 각종 콘서트와 연주회에서 자주 부르며 연주되는 대표적인 곡들이다.

그중에서도 안 의사에 대한 재판 장면을 담은 ‘누가 죄인인가’는 많은 화제를 모으고 인기 가득한 최고의 넘버다. 당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에 대한 재판은 일본으로 전권이 넘어가서 안 의사에게 모든 것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 의사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이토를 살해한 것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죄하나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총장으로서 대한제국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열다섯 가지를 또박또박 짚어준다. 레치타티보를 적절히 섞어 강렬하게 표현되는 이 넘버에서 안 의사는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본인은 무죄, 이토를 살해한 안중근 의사는 사형, 일본법은 이토록 엉망이냐”고 질타하고, 이는 감동과 정화의 정서적 반응을 절로 일으키는 명장면으로 실제 연주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가장 많이 받는 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안 의사는 이토에 대해 (1) 대한의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2) 대한의 황제를 폭력으로 폐위시킨 죄 (3) 을사늑약과 정미늑약을 강제로 체결케 한 죄 (4) 무고한 대한의 사람들을 대량 학살한 죄 (5) 조선의 토지와 광산과 산림을 빼앗은 죄 (6) 제일은행권 화폐를 강제로 사용케 한 죄 (7) 보호를 핑계로 대한의 군대를 강제 무장 해제시킨 죄 (8) 교과서를 빼앗아 불태우고 교육을 방해한 죄 (9) 한국인들의 외교권을 빼앗고 유학을 금지한 죄 (10) 신문사를 강제로 철폐하고 언론을 장악한 죄 (11) 대한의 사법권을 동의 없이 강제로 장악 유린한 죄 (12) 정권을 폭력으로 찬탈하고 대한의 독립을 파괴한 죄 (13) 대한제국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원한다며 세계에 뻔뻔스런 거짓말을 퍼뜨리며 세계인을 농락한 죄 (14) 현재 대한이 태평 무사한 것처럼 천황을 속이고 밖으로는 세계 사람들을 모두 속인 죄 (15) 동양의 평화를 철저히 파괴한 천인공노의 죄를 지었다고 조목조목 지적한다.

 

◇<안중근 의사 자서전> 등 책과 어록 통해 새겨보는 안중근 정신= 35년간에 걸쳐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강점기를 보내야 했던 대한민국은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해 21세기에 들어서도 친일파나 그 후손들의 친일 발언이 이어지고, 역사를 정립하지 못하는 혼란을 겪고 있다. 잦은 위안부망언으로 일본 편을 드는 뉴라이트가 발호하고, 친일파들이 독립운동가들을 폄훼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삼일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백주년, 안중근 의사 의거 110주년을 맞는 올해야말로 이같은 민족정기를 회복하고, 친일파와 독재부역세력들의 역사왜곡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정의로움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때다.

독서의 계절인 이 가을, 뮤지컬 <영웅>을 감상하고, 서점에 들려 <안중근 의사 자서전>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 <안중근 동양평화론 자서전> <안중근 옥중 자서전> <도마 안중근> <안중근과 동양평화론> 등 안중근 의사의 삶과 의거의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면 어떨까? 1879년 태어나 1910년 사형당하던 순간까지 32년의 생애 내내 헌신과 열정의 삶을 살았던 안중근 의사의 기운과 정기가 물밀 듯 밀려올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평생에 걸쳐 “국가 존망의 위기를 보면 천명을 받을 것 같이 생각하고, 이익을 보면은 먼저 정의를 생각하라.”, “사나이 대장부로 세상에 태어나서 적을 무찌르려 의지를 쌓았더니 이제야 뜻한 대로 좋은 때를 만났구나.”,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옆에 묻어두었다가 나라를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등 숱한 어록과 글씨를 남겼다. 안중근 정신으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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