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들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지 않아요. 오늘 당장의 작은 기쁨, ‘소확행’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이유죠. 10년 전만 해도 젊은이들이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너무나 약자가 돼버렸죠. 그래도 그 속에서 나름의 기쁨과 슬픔을 찾아 씩씩하게 나아가는 게 청춘의 힘 아닐까요?”

 

2018년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등단작이 나타났다. 출판사 창작과비평의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었다.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판교 테크노밸리 IT업계의 중고거래 어플 개발·운영 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거북이 알’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인물을 만나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닉네임 ‘거북이 알’을 쓰고 있는 인물은 회장의 부당한 지시로 포인트를 월급으로 받고 있는 캐릭터다.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중고거래를 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속 인물들은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너무나 친숙한 직장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름 대신 영문 닉네임을 부르는 회사 문화와 레고와 클래식 콘서트를 좋아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인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온다. 이들의 면면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지금 청춘의 자화상을 만나게 된다.

 

‘오늘 내가 겪은 하루인 것만 같다’라는 독자들의 평을 불러일으키며 장류진 작가의 소설은 동시대 직장인들의 내·외면을 세세하게 들춰냈다.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기존의 순문학 독자들뿐만 아니라 순문학 독자가 아닌 이들과 직장인들 사이에 빠르게 공유되며 화제를 만들었다. 등단 1년 만에 소설집을 출간하는 것이 그 인기를 증명한다. 그간 장 작가가 수많은 원고 청탁을 받았고, 독자들의 기대치도 많았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표제작을 비롯해 단편 8편이 실렸다. 지금 시대 청년 세대의 모습과 20대 중반에서 30대중반을 아우르는 직장인들이 소설 곳곳에 포진돼 있다.

 

소설집 가장 처음에 실린 ‘잘 살겠습니다’의 주요 인물은 결혼을 앞둔 29세 여성이자 5년차 직장인인 ‘나’와 회사 동료 빛나 언니이다. ‘나’는 결혼을 앞두고 친하지 않은 회사 동기 언니에게 청첩장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며 직장생활 속 미묘한 관계성을 드러낸다.

 

다른 소설들 역시 일상 속 우리가 겪고 있는 사소한 문제들을 건드려낸다. 아무렇지 않게 매일 해오던 고민을 만날 때마다 독자들을 재미를 얻고 한편으로는 위로를 받는다. 치열하게 직장 생활을 이어오는 인물을 넘으면 취업에 성공해 첫 출근을 하는 설렘 가득한 사회초년생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에 치여 모든 것을 놓고 싶은 순간에 다시금 희망을 그러쥐게 하는 인물들이 계속해서 튀어 나온다.

 

추천사를 전한 정이현 소설가는 “기쁨과 슬픔 사이, 미처 명명되지 못한 여러 결의 마음들이 딱딱한 세계의 표면에 부딪혀 기우뚱 미묘히 흔들리는 순간순간을 작가는 기민하고 섬세하게 포착해낸다”고 말했다.

 

장류진 작가는 10년의 직장 생활을 경험한 작가로써 그의 경험 면면이 소설 속에 드러난다. 등단 당시 직장인이었던 장 작가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회사는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현재는 전업 소설가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내가 만든 이야기들은 나보다 씩씩하고 멀리 간다”고 전한다. 지금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치열한 현실을 그려내면서도 작가는 이들이 간직하고 있는 씩씩함을 전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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