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국 컬럼리스트(경기대 겸임교수)

일본은 한국의 이웃나라이며, 침략과 대결의 역사를 반복해온 애증의 관계를 가져왔다. 과거 백제와 고려 등 우리의 문화를 전달받고 도움을 받는 혜택을 누렸지만, 임진왜란, 정유재란, 을사늑약과 경술국치 등 침략국으로 은혜를 원수로 갚은 역사도 이어져왔다. 1965년 한일수교 이후 협력과 갈등의 역사를 반복해오고 있다.

일본은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추구하며, 주변국과 세계에 대해 끊임없는 침략성과 야만성을 보여왔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하와이 및 필리핀의 미군기지를 공격했고, 유럽 식민지를 점령하는 등 군사적 공세에 나섰으나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되었고 연합군에게 항복하기도 했다. 전후 폐허가 된 산업기반을 재건하여 급격한 경제 회복이 이어지면서 부유한 국가가 되었지만, 과거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끊임없는 역사왜곡, 극우적인 국가이념과 제국주의적인 팽창적 야욕으로 인해 주변국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일제의 침략행태와 다방면의 교류들= 일본과 한국은 인접국가로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교류가 이어져왔다. 끊임없인 한반도를 침략해온 일본은 한국의 제2위의 수출상대국이면서 제1위의 수입상대국이며 제3위 교역국으로 현대사회 들어 더욱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갖고 있다. 양국이 체결한 협정으로는 한일기본조약, 어업에 관한 협정,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 및 대우에 관한 협정,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및 한일대륙붕협정 등 다양하며, 양국의 문화·예술 홍보 및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아베 정권의 출범 이후 끊임없는 수정주의 역사관과 우경화로 인해 한·일 갈등을 포함해 주변국과 아시아 국가들과의 갈등이 악화되는 상황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극우 성향의 아베 총리의 집권 이후 꾸준하게 우경화의 길을 걸어온 일본 정부는 ‘강한 일본’을 추구하는 아베 총리와 극우인사들이 정권ㅇ르 장악하면서 더욱 강한 제국주의적 극우성향을 보여왔다. 아베는 과거 한국과 중국 침략으로 대표되는 제국주의·군국주의 시절의 일본을 지향하며, 과거사 부정, 역사 왜곡, 헌법 개정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꾸준하게 양국간 불화와 갈등의 원인을 만들어왔다.

대표적인 행태가 일본이 지난 7월1일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수출되는 3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일에는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제공하는 안보 우방국인 ‘화이트 국가 목록’,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 제외를 공식화하는 조치였다. 지난해 10월30일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우리나라 대법원이 “피해자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데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일본의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반성은커녕 도리어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주변국을 억압하는 구시대적인 퇴행적 행태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9월 개각에서 더욱 잘 드러났다. 외교 수장인 외무상에는 일본 우익의 상징인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소속으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을 임명했고, 방위상에는 비교적 유화적이었던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을 경질하고 한·일 대립의 최전선에 있었던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기용했다. 고노 신임 방위상은 대한민국이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 설치 요구에 불응한 것과 관련해 지난 7월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부른 자리에서 말을 끊고 “무례하다”고 말하는 등 수차례 외교 결례 논란을 빚었고, 최근에는 해외 매체에 기고문을 보내 우리 대법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며 한·일군사정보호협정 종료는 동북아 안보 환경을 오판한 결정이라고 주장해온 극우인사다. 또 문부과학상에는 아베 총리를 대신해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적 장소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전달해왔으며,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1993년)를 폄하하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아베의 측근 중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대행을 임명했다. 한국에 대해 “한국 전체에 일본에 대해서는 무엇을 해도 다 용인된다는 분위기가 판을 치고 있다”, “한국은 중국, 북한 진영에 기울어있다”는 등 망언을 되풀이해온 아베의 측근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자민당 총재외교특보도 법무상에 등용됐다. 총무상, 영토 담당상, 환경상 등 대부분 장관들이 극우파 인사이고, 한국 경시(輕視) 노선의 상징적인 인물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유임됐다. 일본의 과거사를 부정하고, 전쟁하는 국가를 추구하는 극우노선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를 입증하는 극우 성향의 내각 구성이다.

◇중단과 갈등, 굴곡의 역사를 거쳐온 한일관계= 한일관계는 꾸준하게 굴곡의 역사를 거쳐왔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1967년 한일정기각료회의를 발족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으며,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1974년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으로 인한 육영수여사 사망사건 등과 1982, 1986년의 교과서 왜곡사건으로 한일관계는 중단과 갈등을 겪는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어왔다. 1981년 한국이 제기한 대일차관 교섭은 1983년 양국정상회담에서 40억 달러 규모로 타결됐었고, 1984년 9월 히로히토(裕仁) 왕의 유감표명이 있어 관계개선의 기미가 보였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재일한국인에 대한 지문날인 강요, 차별대우 등이 문제가 되어 한일 간의 갈등은 좀체로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을 반복해왔다.

1990년 5월 양국정상회담에서 기술협력문제, 무역불균형 시정, 재일한국인 처우문제, 원폭피해자 보상문제 등을 논의했으며, 아키히토 왕의 과거 일본의 식민지 통치에 대한 유감 표명에 따라 상당한 진전을 보이기도 했다. 1994년 7월에는 무라야마 총리가 서울을 방문해 일제의 한반도 통치에 대해 사과를 표명했고, 일본은 1990년대에 들어서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지향하여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교섭을 전개해 왔지만, 북핵사태로 정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논란과 과거사 문제, 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과 견해 차이로 양국관계는 냉각기를 거듭하고 있다.

◇늘 침략한 군국주의, 제국주의 일본의 본질 파악해야= 일본은 이웃이고 친구인 나라지만, 많은 갈등과 반목이 진행되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아베 총리가 반성과 참회의 마음을 담아 태도를 바꿀 때가 왔다. 외교관계의 악화와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아베 총리의 그동안 입장을 고려해볼 때 쉽지 않겠지만, 우의와 친선에 입각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조속한 한일정상회담을 통해정상적인 국가관계를 회복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아베 총리는 이제는 과거와 같은 제국주의나 군국주의가 통용되지 않는 상호 존중과 협력, 협상과 배려의 시대가 된 것을 반성을 마음을 담아 심각하게 깨달아야 한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역설했고, 철학자 조지 산타나는 “역사를 배우지 않은 사람은 그 역사를 반복할 운명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제대로 역사의 교훈을 깨닫고, 한일 우호관계를 회복하고 좋은 친구나라가 되길 기원하는 한편 양국 시민과 학계, 산업계, 언론계 등 각계의 교류와 협력의 길이 더욱 활발하게 펼쳐져야 한다.

 

일본의 정체와 본질을 정확하게 알고 이해하기 위해 일본을 적극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호사카 유지의 일본 뒤집기』, 루스 베네딕트의 고전명저 『국화와 칼: 일본문화의 틀』, 존 톨런드의 『일본제국 패망사』, 아오키 오사무의 『일본회의의 정체』,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일본산고: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의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쓴 동아시아 역사와 일본』 등을 읽고, 일본의 본질과 정체성, 역사와 외교관계를 집중 탐색하면 어떨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늘 승리하리라, 일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한 대한민국의 역할과 미래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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