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되지 못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묘사하기

인간의 결혼, 사랑, 죽음을 통해 계급의 심리를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했다.
이 책에 실린 10편의 단편은 프랑스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준비하는 중고등학생이나 대학교 교양학부에서 읽도록 권하는 추천소설이다. 토론의 주제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계급이란 무엇이고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이다. 신문을 통해 발표된 단편 하나하나는 자연주의 소설의 거장 에밀 졸라의 르포식 글쓰기를 통해 19세기 계급의 심리를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어떤 사랑’은 『테레즈 라캥』의 모티브가 되었다.

주인공이 되지 못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묘사하기

▲ 에밀 졸라 (지은이)/이선주 (옮긴이)/정은문고


인간사에서 중요한 사랑과 결혼 그리고 죽음에 있어서 여러 계급 계층별로 세분하여 소설로 엮었다. 여기 소개되는 단편들의 인물들은 제각기 타고난 환경 속에서 약간의 변화를 꿈꾸면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인 거대한 계급사회의 구성원들이다. 사회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건들이 사랑, 결혼 그리고 죽음일 것이다. 사회적 인간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졸라가 당연히 끌렸을 소재들이다. 그래서 졸라의 필체로 묘사되는 인간의 사랑, 결혼, 죽음이 축약되었지만 그만큼 농도가 강한 이 단편들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며 독자들과 같이 나눌 기회를 마련했다.


에밀 졸라에게 글쓰기란, ‘이제껏 우리 사회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묘사하기.’ 다시 말해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의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이 처한 상황과 유전적인 영향 아래에서 생리학이 우리에게 설명하는 지적이고 감각적으로 표출되는 주요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고, 나아가 인간 자신이 만들어내고, 매일 그 자신이 변형시키고, 그런 변화를 스스로 자각하며 살아가는 사회 환경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간”을 묘사하는 작업이다.
이 글들에서 졸라가 묘사하는 사회 계층은 그 이전에도 엄연히 존재해왔다. 졸라가 해낸 작업은 그동안 노출되지 않고 덮어두었던 귀족과 부르주아의 이면, 평민과 서민의 실제 생활을 노골적으로 문학 작품에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적나라하게. 그래서 글들이 아프다.
*
결혼이란 얼마나 야릇한 제도인가. 인류를 두 진영으로 나누어 한쪽엔 남자, 다른 한쪽엔 여자를 배치해서 각 진영을 무장시키고는 이제 그들을 합류시키며 “평화롭게 살아보라!”니. 간략하게 말하면, 오늘날 남자들은 사랑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여자를 알지도 못하고 여자에게 자신을 알리지도 못한 채 결혼을 한다. 이게 바로 현대 결혼의 두 가지 특수성이다. 여기서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자료를 특정화시켜 더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겠다. 대신 몇 가지 예를 보여주련다.(출판사제공 책소개)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