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잘 자라고 말할 때 나는 그게 마지막이라는 걸 몰라.”

갑작스레 삶의 동반자를 떠나보낸 한 여성의 슬픔과 상실에 관한 강렬한 자화상
출간 즉시 22개국 판권 계약, 전 세계가 주목한 새로운 스웨덴 여성소설


3개월 된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던 카롤리나는 어느 오후 남편 악셀로부터 “내가 죽으면”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한 통 받는다. 자신이 갑자기 죽게 될 경우 알아야 할 정보를 적은 간결한 이메일이었다. 카롤리나는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문득 걱정스러워지다가, 결국엔 짜증이 난다. 그답다고, 직설적이고 무심하고 강박적일 정도로 현실적인 그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아침, 악셀은 정말로 눈을 뜨지 않았다. 침대에 누운 그의 심장은 멎어 있었고, 원인은 자연사였다. 8개월 된 아기를 안은 채로 침대 옆에 선 카롤리나는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간밤에 서먹하게 나눈 마지막 인사, 최근 육아로 힘겨워하며 말없이 보냈던 날들, 처음 만나 서로에게 빠져들던 그리운 과거의 시간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거대한 회한과 슬픔에 잠긴다.

▲ 카롤리나 세테르발 (지은이)/방진이 (옮긴이)/시공사/원제 : LÅT OSS HOPPAS PÅ DET BÄSTA


이 극적인 상황은 2018년 조용한 돌풍을 일으킨 카롤리나 세테르발의 자전적 소설 《당신에게 잘 자라고 말할 때》의 도입부이다. 스웨덴 무명작가의 첫 작품이 한 달 만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놀랍지만, 이어서 22개국에 빠른 속도로 판권이 계약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 역시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저자이자 작품 속 주인공이기도 한 서른여섯의 카롤리나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이 비극이 있기 전까지, 대도시에서 직장을 다니고 연애를 하고 막 아이를 낳아 육아휴직에 들어간 평범한 여성이었다. 최근 들어 남편과 소원해지긴 했어도 남편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믿기 어려운 이 비극을 감내하기 위해 작가는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깊고 복잡한 슬픔의 얼굴들을 과감하게 마주했고, 그 솔직하고 내밀한 애도 일기가 바로 한 편의 소설로 다듬어져 전 세계 독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남편이 죽은 날 시작하는 이 작품은 그 비극적 사건 이후 묵직하게 흘러가는 깊은 애도의 서사와, 두 사람이 첫눈에 반한 과거부터 사별하기까지의 롤러코스터 같은 연애 서사를 촘촘하게 교차하며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대담한 서사 방식뿐 아니라 ‘당신’과 ‘나’만이 존재하는 강렬한 소설의 세계에 기꺼이 사로잡힌다”(다겐스 뉘헤테르)는 평처럼, 이 사랑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닥쳐올 비극을 알지 못하는 작품 속 인물들에게 한층 더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솔직하고 과감한 카롤리나의 고백들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익숙한 지금의 일상이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 있다는 것, 항상 있으리라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이 언제든 예고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환기시킨다. 오늘 밤 곁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더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하게 만드는 작품이다.(출판사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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