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민규(지식혁명연구소 소장)

사람은 욕심을 가진 동물이다. 물질적 풍요나 성공, 성취에 대한 바람을 분수에 넘치게 탐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식욕, 수면욕, 성욕 등의 기본적 욕구가 채워지면, 명예욕, 권력욕, 성취욕 등이 생긴다. 그렇지만 이런 욕심이 또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독서는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인류의 축적된 노하우와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가진 위대한 작가들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욕망을 채워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고 채워준다. 이 점에 대해 로마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 번영과 장식과 위급한 때의 도피처가 되고 위로가 된다. 집에서는 쾌락의 종자가 되며 밖에서도 방해물이 되지 않고, 여행할 때는 야간의 반려가 된다. 사람은 자신이 읽은 대로 만들어간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자신이 읽은 세계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의 크기다. 그 안에서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지만 독서는 원하는 인생을 수십 번이라도 살 수 있게 한다. 처음 하는 일은 두려움으로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충분한 리허설을 거친 인생은 도전해볼 만하다. 독서가 주는 간접 경험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한다. 
 
책을 읽다 보면 순간적으로 감동이 오는 문구들을 만나곤 한다. 그 감동은 깨달음이 되고 지혜가 되어 삶에 힘이 된다. 나도 책을 읽다 감동적인 문구를 만나면 잠깐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메모지나 노트에 간단하게 적어 기록하곤 한다. 시간이 흘러 책의 내용은 모두 잊었더라도 메모한 글은 뚜렷이 기억나고 통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내용의 전후 맥락과 환경에 따라 감동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몇 가지만 말하고 싶다.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책은 미국의 남북전쟁 상황과 노예의 삶, 그리고 주인공 스칼렛의 인간 승리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당시 미국 남부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고,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가 이미지로 상상되는 작품이다.
 
문명을 일으킬 때 못지않게 문명의 파괴에서도 큰 돈벌이가 가능해요.삶은 우리들이 기대하는 바를 제공할 아무런 의무도 없으니까요. 우린 주어지는 만큼 얻을 따름이고, 그나마 현재 우리에게 베푸는 바를 고맙게 생각해야죠.
 
전쟁 중에서도 큰돈을 번 레드 버틀리의 말이다. 정말로 그렇다. 안정된 상황보다는 혼란한 상황에서 기회는 더 많은 법이다. 위기는 위험이자 기회라는 말처럼 기회는 위험과 함께 다니는 속성이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삶에 기대했던 나 자신의 어리석음과 현재라는 삶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책을 읽을 때면 감동이 물밀 듯이 다가온다. 책에는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이 있다. 장사를 해보지 않고도 돈 버는 방법을, 전쟁을 겪어보지 않고도 참혹함을, 온갖 군상들을 이해하고 글을 쓰는 작가의 보이지 않는 위력이 작용하는 까닭이다. 책을 읽으면 그 힘이 오롯이 흡수돼 살아가는 자양분이 된다.
 
책을 읽을 때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인간의 본질과 삶의 목적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책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같은 책을 읽고도 다양한 의견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마치 코끼리에 대해 물었을 때 코가 긴 동물, 육상 동물 중에서 가장 큰 동물이라는 표면적인 대답을 하는 것과 같다. 동양의 철학자 맹자와 순자도 ‘성선설’과 ‘성악설’을 주장하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기도 한다. 인간의 본질과 삶의 목적을 알면 더욱 진귀한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불행히도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 불가능한 영역에 있다. 단지 그것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근접하게 살아갈 뿐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본질과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아의 본질과 인생의 목적이 분명할수록 행복한 삶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 자신의 재능과 능력으로 삶을 즐길 수 있다. 흔들리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솟는다.잘 산다는 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지만 언제나 그 중심에는 자기가 서 있어야 한다. 주인의식을 갖고 사는 삶이 중요하다. 의지만으론 자본주의의 핵심인 돈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행복의 조건들 중 극히 일부만 만족시키는 물질로는 삶의 가치를 충족시킬 수 없다.  생각과 물질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갖는 것이다. 자율성은 주인 의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이는 자신의 내면을 강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독서는 자아를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책 속에서 만난 수많은 인물과 간접경험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준다. 책을 읽을수록 자아를 비춰주는 조명은 더 밝아지고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속에서 자아는 발견되는 동시에 성장한다. 또한 건강한 자아는 삶이라는 파도를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 독서는 치열한 삶의 전쟁을 치르는 데 무기가 되며,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크린 루즈벨트도 책이 무기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모두 책이 불에 탄다는 것을 알지만, 책을 불로 죽일 수 없다는 더 큰 지식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죽어도 책은 결코 죽지 않는다. 아무도 어떤 힘도 기억을 제거할 수는 없다. 삶의 전쟁에서, 아시다시피 책은 무기이다.
 
독서는 살아가는 힘이다. 하지만 그 힘은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달렸다. 백정은 칼을 고기 자르는 데 쓰고, 영웅은 나라 구하는 데 사용한다. 책도 읽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삶의 목적에 맞는 유용성을 가진 책을 고민해서 선택해 읽는 독서습관을 만들어보자. 책이 인간에게 끼치는 지대한 영향력은 읽는 만큼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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