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용린(전 서울특별시교육감)

4차산업혁명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경쟁력이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세계화 시대의 거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개인, 기업, 공공조직 및 국가 경영자들의 머릿속에 가득 차있다.

물론 한국사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전 세계가 경쟁력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경쟁력을 경쟁적으로 북돋우게 만드는 경쟁력 평가기관도 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IMD라는 곳이 유명한데, 여기서는 매년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의 순위를 매긴다.

분야별로 다르긴 하지만, 한국은 최근 10여 년이래 거의 꼴찌 수준에 가까운 30-40위에 머물곤 하는데, 어떤 해엔 그 순위가 조금만 바뀌어도 분야별로 희비가 교차한다. 낮은 국가경쟁력은 곧 발전 잠재력이 낮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곧 국가의 위상 추락으로 연결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게 된다. 그간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과 관련해서 온 국가와 국민들이 거의 강박적으로 영어교육에 전념해왔다. 영어를 잘해야 경쟁력이 있고, 그렇치 못하면 세계화에 뒤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영어를 잘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국가경쟁력의 변수일까? 아시아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나라는 단연코 필리핀이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일본은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다. 그러나 누구도 일본의 영어가 그 경쟁력의 숨은 공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일까. 필리핀과 일본에서 그 대답이 나온다. 국민들이 서로 얼마나 신뢰하며 살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후랜시스 후쿠야마가 일찍이 간파 했듯이 경제적 선진국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가 국민들 상호 간에 신뢰감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은 영어 경쟁력은 비록 낮을 지라도 국민간의 신뢰감 수준은 대단히 높다.

예컨대, “누구든지 법을 준수할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를 가지고 사는 국민들이 많은 나라가 있고, “다들 법 안 지키는데, 나만 공연히 법 지키느라 애쓰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사는 국민이 많은 나라가 있다고 하면, 과연 어느 나라에서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의의 경쟁이 더 활성화 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키워야할 우선적인 국가 경쟁력은 영어 경쟁력이 아니라, 국민 간의 신뢰감을 강화하는 것이고, 세계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신뢰감을 고양 시키는 것이다. 국민 상호 간에 신뢰심을 강화하여 법 준수 의지를 높여서 사람들 간의 소모적 긴장 갈등 투쟁을 줄여가야 하고, 세계인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를 고양 시켜서 인적, 경제적, 문화적 교류의 빈도와 질적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

그러면, 그런 신뢰감은 어떻게 강화되고 고양될 수 있는가? 정직, 약속, 용서, 책임, 배려, 소유라는 여섯 가지 기초 덕목이 모든 대인관계 속에서 활성화 되고 지켜질 때, 신뢰감은 커지기 시작한다.

정․약․용․책․배․소(정직, 약속, 용서, 책임, 배려, 소유)는 인간관계에서 아교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이 지켜지면, 원수 사이도 가까워지지만, 이것이 안 지켜지면, 부모형제, 스승-제자, 친한 친구 사이도 금이 간다. 그래서 정직, 약속, 용서, 책임, 배려, 소유의 여섯 덕목이 개인과 개인 사이의 신뢰를 보장하는 아교풀이고, 그것이 모여서 국가 경쟁력의 강도를 굳혀간다. 정약용책배소(“정약용이 책을 배달 했소”)로 요약되는 이 여섯 덕목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하에서 이 덕목들이 왜 중요하고 왜 경쟁력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 보기로 한다.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