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나 웹툰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 사례들이 많다. <신과 함께 1,2>, <치인트>, <미생>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쌉니다 천리마 마트>는 2019년 영화와 드라마 제작 확정된 작품들이기도 하다.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들도 영화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설이나 웹툰이 연극무대로 재탄생된 사례는 많지 않다. 이번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연극으로 재탄생되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 5.18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우리에게 이 연극은 더욱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질문과 그 무언가를 느끼게 만든다. 

 

연극 ‘휴먼 푸가’는 배우의 신체 언어와 오브제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문장을 되살려낸 작품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무대화한 건 이번이 국내 최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로 숨을 거둔 15세 소년 ‘동호’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제목의 ‘푸가(fuga)’는 멜로디가 반복, 교차하며 규율적으로 모방 변주되는 작곡법. 수많은 삶 안에서 지금도 5·18의 고통이 반복, 변주되고 있다는 뜻을 지녔다. 

▲ 김도완 배우가 밀가루를 스스로 뒤집어쓴 채 소설 속 대사를 외치는 장면. 그는 자기 몸을 때리고 격렬히 흔들다 무대 위로 쓰러진다. 사진제공 : 서울문화재단

작품은 관객에게 난해함속에서  당혹감마저 들 수 있다. 원작 텍스트가 있다 해도 배우들이 선보이는 35개의 움직임, 라이브 푸가 연주, 증언 같은 대사들을 열심히 쫓는 게 쉽지 않다. 이런 불편함은 “고통의 소리를 마주해야 한다”는 원작자와 연출의 의도가 꽤나 맞아떨어진 셈이다.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해야 한다”는 작품의 태생적 어려움이 불편하더라도 작품은 마주할 가치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오브제가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극적 작극이기도 하다. 

17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전석 3만 원. 14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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