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민규(지식혁명연구소 소장)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 그리고 『면도날』을 쓴 윌리엄 서머싯 몸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고전은 위대하다는 것과 고전은 답이 아닌 물음을 던져준다는 진실을 깨닫는
다. 특히 『면도날』에는 인물의 극명한 성격 묘사가 있는데, 누구의 행동이 옳고 그른지 판정할 수 없고, 선과 악의 기준조차 모호해진다. 유연하게 생각하고 삶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이런 모호성 때문에 독서력이 부족한 사람이 고전을 읽으면 세상에서 필요한 답을 찾기는커녕 괜히 판도라의 상자만 열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좋은 책은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독
서는 사색이다”라고 할 만큼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다. 서머싯 몸은 책에 대한 철학을 이렇게 말했다.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인생에서 모든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피난처를 만드는 것이다.
 
책 읽기가 나태해지거나 지속적으로 독서하기가 힘들 때 힘이 되는 글귀다. 독서습관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고 통찰력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인간과 세상을 꿰뚫어 
보는 혜안으로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문제들의 연속이 삶이라고 가정하면 이것을 해결하는 통찰력은 살아가는 데 막강한 힘이 된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통찰력인 것도 이런 이유
에 있다. 독서는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습관은 처음에는 눈에 안 보이는 실과 같다. 그러나 행동을 되풀이 할 때마다 그 끈이 차츰 강화가 된다. 거기에 또 한 가닥이 더해지면 마침내 굵은 밧줄이 되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돌이킬 수 없게 묶어 버린다.
 
미국 작가 오리슨 스웨트 마든의 말처럼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마다 삶과 성공의 밧줄이 튼튼해지고 무엇이라도 들어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독서는 습관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자신이 독서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독서습관이 자신을 만든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습관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일이든지 하게 만든다”고 했다. 독서습관은 꿈꾸는 대로 자신을 만들어주는 마법과 같다. 

 

예전부터 수많은 독서가는 마법을 경험했고, 현재도 일어나는 기적이며, 미래에도 일어날 경이로움이다. 습관은 행동을 조종하고 행동은 자신의 뇌를 제어한다. 인간의 뇌는 행동에 복종하는 습관이 있다. 기분이 우울할 때 밖에 나가 운동을 하면 기분이 전환되는 이유도 뇌가 행동에 복종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뇌는 좋은 습관인지 나쁜 습관인지 구별하지 못한 채 길들여진다. 그러므로 좋은 습관을 만들지 않으면 나쁜 습관의 지배를 받게 된다. 나쁜 습관을 밀어낼 좋은 습관을 길들이자. 


독서가 습관이 되기 위해선 지속적인 근면과 인내가 필요하며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안중근 선생님의 말씀처럼 책 읽기가 몸에 배야 한다. 독
서에는 왕도가 없다. 습관적으로 읽어야 한다. 
 
처음 책 읽기를 시작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한다. 먼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책을 잘 읽는 방법,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 빨리 읽을 수 있는 방법 등등. 그래서 독서와 관련된 여러 책을 읽어봐도 자신의 책 읽기에는 큰 변화가 안 느껴지는 것 같다. 이는 책의 효과를 쉽게 얻으려는 얄팍한 속셈만 있고 진중함이 없기 때문이다. 삶의 변화를 위한 독서에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과정도 만만치 않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일 수도 있다. 변화는 한 권의 책이 아닌 겹겹이 쌓인 독서 시간이 만들어낸다. 

 

꾸준한 독서활동 중 완전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책을 만나면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줄 것이다. 이처럼 꾸준한 근면함과 인내가 있다면 책을 읽는 방법이나 기술은 필요 없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깨달아가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인 독서의 기술이다.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책과 꼭 필요한 책을 위주로 읽다 보면 저절로 알 수 있다. 독서가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읽어야 한다. 규칙적인 독서 시간을 갖거나 독서량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주일에 한 권을 읽기보다는 하루에 정해진 분량이나 매일 일정한 시간만큼 독서하는 것이 좋다. 또한 책을 항상 몸에 지녀야 한다. 틈새 시간만 이용해도 하루에 한 시간은 족히 책을 읽을 수 있다. 틈새 독서의 장점은 생활 리듬에 큰 무리가 없다는 점이다. 조용한 환경에서 책을 읽는 것보다 혼잡한 지하철에서의 독서가 잘 될 때가 많다. 주위 소음을 감지한 뇌가 스스로 집중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독서습관이 몸에 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독서의 궁극적 목적은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켜 잘 살기 위한 것이며, 현실에서 줄 수 없는 만족과 삶의 굴레를 타파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변화를 위한 마음이 독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독서는 변화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독서생활을 습관화로 변화의 단초를 얻었다는 것이다. ‘변화’를 위한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기존의 악습관을 깨뜨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독서습관을 덧입혀야 한다. 직업과 생계를 위한 활동과 가족에 대한 의무, 취미생활을 하다 보면 책 읽는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과 덜 중요한 일은 독서 다음으로 옮기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변화를 위한 독서습관을 길들이려면 책을 읽겠다는 의지와 과정 속의 유혹과 어려움을 견디는 노력이 필수조건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독서를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일은 어렵고 인내가 필요하지만 자리 잡힌 독서습관은 무엇보다도 큰 즐거움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다.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는 사람이다. 독서에 시간을 투자해보자. 자신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만큼 훌륭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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