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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민주화시위 반년, 선거혁명, 홍콩은 어디로 갈 것인가?
김홍국 컬럼리스트(경기대 겸임교수)  |  reading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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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7  09: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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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컬럼리스트(경기대 겸임교수)

홍콩의 민주화 열풍과 그 과정에서 진행되는 투쟁의 아픔이 진하게 다가온다.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반년을 지속하는 가운데 홍콩 범(凡)민주 진영이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선거혁명에 준하는 대승을 거뒀지만, 앞길은 어둠 속의 혼돈처럼 답답하고 지루한 길이 막 열린 형국이다. 물론  중국 정부의 강경 방침 천명에도 불구하고 이날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의사가 명확하게 나타남에 따라 홍콩의 민주주의가 다시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상 결정권을 쥔 중국 정부의 영향력 강화로 인한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홍콩은 과거 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제와 부의 상징지역이었다. 군부독재 아래 신음하던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 권위주의 통치 아래 고통받을 때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서방세계의 자유와 풍요한 만끽한 곳이었다. 홍콩은 지금도 세계에서 7번째로 큰 교역 규모를 가진 무역 중심지역이며, 홍콩의 법정 화폐인 홍콩 달러는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이 거래될 정도로 세계경제의 주축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홍콩은 영국령일 당시 아시아의 경제 활동의 중심지로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과 경제를 주도했고, 천혜의 자연항구와 수익성 좋은 중국 무역의 전진기지 역할을 바탕으로 세계 무역 및 경제 중심지로 부상했다. 


다른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며 가난에서 벗어나려 애쓸 때, 홍콩은 1960년대 섬유제조업에 기반을 둔 산업화의 성공에 이어 전자, 금융, 무역 등 각 산업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홍콩은 한때 ‘아시아의 작은 용’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영화와 대중가요 등을 비롯한 홍콩의 문화도 늘 시대를 앞서갔다. 느와르영화의 효시로 불리는 주윤발, 장국영 주연의 영웅본색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유행흐름을 바꿀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전통적으로 쇼 브라더스 사와 골든 하베스트 사가 양대 산맥으로서 이끌어온 홍콩 영화는 세계적으로 무수한 명작영화를 산출했으며, 많은 배우들이 할리우드로 진출하여 스타가 되고 새로운 영화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소룡, 주윤발, 성룡 등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됐고,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홍콩 영화의 영향을 받아 영화기법을 따라하기도 했다. 홍콩거리에는 광동 음악의 공연을 하는 술집들이 즐비하며, 가라오케를 포함해 다양한 홍콩의 밤문화는 새로운 문화 양상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홍콩은 동서양이 만나는 교차지역이기도 하다. 홍콩을 찾는 관광객은 어디서건 불교의 장신구, 중국 한방재, 인조 상어 지느러미를 파는 상점을 찾을 수 있고, 서구풍의 술집, 성당, 맥도날드, 할리우드 영화관을 만날 수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 역시 흥미로운 놀이시설과 쇼핑, 음식 등으로, 한해 약 23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 중국 정부의 간섭과 탄압이 극심해지면서 과거 보여준 홍콩의 역동성과 자유로움은 실종됐고, 경찰과 시위대의 고통스럽고 지리한 대결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 반환 이후 등젠화가 초대 행정장관으로 선출되어 2005년까지 홍콩의 행정을 이끌었고, 쩡인취안이 그 뒤를 이어 2012년까지 연임했으며, 2012년~2017년에는 렁춘잉이, 2017년에는 캐리 람이 최초의 여성 행정장관으로 당선됐다. 홍콩은 영국이 통치했을 때와 유사한 정치제도를 유지한 채 중국의 홍콩 정책인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안에 두 가지 제도를 허용한다는 뜻)에 따라 운영돼 왔지만, 최근 ‘양제’는 사라지고, ‘일국’만이 강조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져왔다.


일단 11·24 홍콩 구의원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후 홍콩 정국의 상황은 전날까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보이며, 급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범민주 진영은 지방의회에서 수권능력을 보여주고, 이 기세를 내년에 국회인 입법회 선거와 2022년 행정장관선거까지 이끌어가기 위해 총력전을 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대패한 친중국파 진영은 책임소재를 따지며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은 구의원선거 압승의 여세를 몰아 다음달 8일 대규모 집회를 다시 열기로 하고, “이번 집회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홍콩 매체에 따르면 지난 24일 선거 이후 홍콩의 시위 모습 역시 확연히 달라졌다. 시위대에 무자비한 폭력을 행했던 홍콩 경찰은 ‘온건대응’으로 급선회했고, 시위대 역시 폭력시위를 최대한 자제하며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주화 진영이 시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정치 담론과 민주주의 확대 주장을 넘어서 주민들의 민생 문제 해결 등 정치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CMP는 야권이 구의원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캐리 람 행정장관에 대한 사임 요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변화된 상황을 잘 보여준다. 반면 친중국파는 책임론으로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안 없이 강경책만 내세운 람 행정장관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함께 중국정부의 입장을 무조건 따라할 경우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보고 상황변화를 주시중이다.


홍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민주화를 추구하는 시민들에 대한 지지가 필요한 때다. <홍콩의 정치와 민주주의 - 중국과 맞서고 있는 자유도시, 홍콩>은 그런 면에서 필독서이다. 구라다 도루 , 장위민이 함께 지은 이 책은 “경제적인 자유이든, 정치적인 자유이든 홍콩인은 자신의 ‘자유’를 강하게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곳으로부터 전 세계의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자유’의 형태가 언젠가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홍콩은 국가인가, 지역인가, 도시인가? 영국적인가, 중국적인가, 아시아적인가? 글로벌한가, 지역적인가? 친중인가, 반중인가? 친일인가, 반일인가? 경제도시인가, 정치도시인가?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예스도 아니고, 노도 아니다’라고 것이다.”라고 홍콩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저자들은 “. 2014년의 우산운동은 도로를 2개월 반이나 점거했다. 이와 같은 일이 왜 ‘가능’했으며 ‘허락’되었을까? 지니고 있는 자유를 마음껏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런 운동은 일어날 수 없다. 주룽반도 몽콕의 점거 구역 가까이에 거주하는 장위민는 직접 이 운동을 체험했다”며 “최루탄 공격과 도망치려고 우왕좌왕하는 군중을 멀리서 바라보는 해외 미디어의 시각이 아니라, 점거 구역의 개인이 각자 어떻게 이 운동을 만들었는가를 일인칭 시점으로 증언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백석대 류영하 교수가 쓴 <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 - 홍콩 역사박물관의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도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다. 이 책은 한 사회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공간인 ‘박물관’에서 중국이 왜곡하고 있는 홍콩 정체성을 살펴보고, 과연 바람직한 중국-홍콩 관계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은 홍콩박물관이 말하는 홍콩의 정체성이 홍콩의 ‘사실’과 부합하지 않으며, ‘민족’과 ‘본토’ 모두 특정한 주체에 의해 구현되어 국민국가와 민족 이데올로기를 교육하는 공간으로서 역사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음을 밝힌 연구서라는 점에서 홍콩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는 길을 제공해줄 것이다. 

   
 

중국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극심해지면서 최근 6개월째 시위가 이어져온 가운데,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중국의 신경질적인 반응과 시민들의 차분한 모습 속에서 정치행정 분야의 불안과 불신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과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함으로써 시민들의 뜻과는 반대로 이루려던 정치적 계산을 버리고, 홍콩에서 살아온 시민들의 주권과 가치, 기본권을 존중할 때 진정한 해결책이 나타날 것이다. 갈등과 대결의 시간을 끝내고, 홍콩이 과거처럼 민주주의와 자유, 소통과 공생의 길을 가는 대장정을 펼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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