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가 아니라 나예요.

"너는 내 생명이야, 연습을 하렴, 그치지 말고 더욱 연습을 하렴!" 이리스는 시리에게 늘상 주문처럼 말이다. 하나의 심장과 하나의 영혼을 나눈 쌍둥이 자매인 이리스와 시리.

 

​세계적 피아니스트 이리스는 30대 초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리자 자신의 천재성과 완벽한 교육 환경을 그대로 물려 줄 자신 스스로의 복제인간을 잉태하고 출산한다. 시리는 자신이 잉태되고 출산되는 과정을 성폭력에 비견되는 출산폭력이라고 한다. 피해자인 시리의 입장에서 복제는 강제적 잉태의 결과이기 때문에.

 

​이리스처럼 성공한 피아니스트로 성장시키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엄격하게 양육되며 성장하던 시리에게 "너는 내 생명"이라고 주문처럼 했던 말은 시리와 엄마 이리스는 별개의 인격체로 설 수 없게 하는 무서운 족쇄임을 깨닫는다.

 

시리는 사랑에 눈멀어 제정신이 아닌 그런 맹목적인 사랑의 결과가 아니라, 그저 당신(이리스)의 분신을 만들겠다는 순전한 이기심에서 시도된 나(시리)의 존재는 그저 엄마(이리스)의 생존전략으로 계속 시리를 자신의 소망대로 자라주지 않으면 어떡할까 염려, "시리, 날 실망시키면 안 돼! 엄마 뱃속에서부터 더 좋은 자리와 더 맛난 음식을 차지하려 다투는 쌍둥이와는 비할 수 없이 우리는 좋은 여건이잖아. (중략) 이보다 더 편안한자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야."라며 이리스 삶의 복제를 강요한다.

 

​시리가 성장하면서 '우리'가 시리를 위협한다. 자신의 자아를 찾으려 애를 쓸수록 시리앞 엔 늘 시리 이미지, 자꾸 이리스만 크게 보이며 모든 일을 시리보다 앞서 더 훌륭하게 해치웠던 이리스의 삶을 다시 한 번 더 살아야 하는 존재로 이리스의 자리를 대신할, 이리스의 DNA 가닥에 매달린 꼭두각시에 불과한 자신의 정체성과 고유성이 없는 존재로 삶의 목적의 파괴를 느낀다.

▲ 샬로테 케어너(지은이)│김재희(옮긴이)│서연비람

​요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너와 많이 부딪치며, 왜 그 쉬운걸 못따라올까, 왜 내가 만들어 준 길을 걷지않고, 비뚤어져 걸을까 등에 대해 고민한다. 너보다는 먼저 경험했던 시절을 지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그때, 그시점에 내가 놓쳤던 부분들을 채워주면 내가 올라가보지 못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에 널 키웠지.

 

​이리스가 시리와 언성을 높이며 싸우며 했던 말, "아름답던 시간도 많았잖니! 넌 내게서 모든 걸 물려받았어. 사랑, 재능 그리고 네 음악에 필요한 온갖 후원으로 너는 흡족하고 행복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왜 이러니? 모든 걸 집어 던진대. 다 망가뜨린대. 내가 정말 자괴감이 들어. 이 은혜도 모르는……."처럼 나도 너한테 말하고 있었다.

 

​"나는 널 위해 모든 걸 다하고 있어. 방학 때마다 해외연수든 여행이든 보내기 위해 내꺼는 하나 사지도 않으며 너를 위해 돈을 모으고, 영어도 동네 학원 안보내고 동네학원보다 2배 비싼 어학원에 보내고. 남들보다 좋은 조건 좋은 기회를 주고 있는데 왜 노력을 안해. 너한테 투자하는 돈이 아깝게 해……."라고 말하고 있네.

 

​시리가 이리스에게 "나에 대해 언제나 뭐든 다 안대! 제발 착각하지 말아요. 나는 너가 아니라 나예요. 이제 더는 억지 좀 쓰지 말라고요!", "내게 엄마가 필요할 때 당신은 한 번도 곁에 없었어요."라고 했던 말처럼 나도 너에 대해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어. 늘 넌 다 컸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너보단 약하고 어린 동생에게 더 신경을 썼지.

 

​잘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어. 나도 늘 잘하고 싶고, 내가 한 일에 대해 칭찬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그 칭찬을 받기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알기에 "나 노력하고 있어"라는 너의 말이 와 닫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란다.

 

​이리스처럼 지독히 이기적인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일부분은 이기적인 사람이다 보니 어느 엄마보다 내가 더 잘한다는 것을 주변에 보이고 싶던 마음이 더 강했던 거 같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누가 나한테 너에 대해 묻는다면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기 위해 하기 싫다는 건 안 시키는 쿨한 엄마처럼 말하겠지.

 

​삶을 살아가는데 목적을 찾는 것이 중요하단다. 지금은 학교생활을 하다보니 그 안에서 규칙과 규율에 맞춰 잘 따라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학창생활이 지나고 나면 네 삶의 목적에 맞춰 가는거야. 현재 나의 삶의 목적은 내가 이룬 이 가정이 별탈없이 살아가고, 50대 60대가 되어서도 현재의 나처럼 내 존재의 이유가 필요한 곳에 속해 살아가는 거란다.

 

​너로 인해 속상해 전화 해 속상해 나의 마음을 털어 놓으면 나의 엄마가 나에게 늘 하시는 말씀 "자식을 통해 너 자신을 본다. 딱 너야. 너를 많이 닮았어. 그러니 너무 속끊이지말아! 순탄하게 지나가길 엄마가 응원할께. 엄마는 내 딸이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늘 내편이 되어주는 울 엄마가 있어 행복한 것처럼 세월이 흘러 너와 내가 우리엄마와 내가 될 때도 난 늘 니편이 되어 응원할꺼야.

 

​이리스가 자신의 불치병으로 죽고 난 후, 시리가 "이리스는 죽었고, 따라서 시리는 유일하고 고유한 존재가 되었다." 라고 본인의 자의식을 찾은 것처럼 너도 유일하고 고요한 너가 될 수 있는 자의식을 찾길 바란다.

 

​이 번 위기를 기회삼아 너의 삶의 목적을 생각해보고 너가 앞으로 가야할 길을 모색하렴.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넌 너무 어려. 물론 나도 아직 널 포기하기에는 너에 대한 사랑이 너무 깊고. 유별난 엄마를 만나 고생한다. 늘 내가 너에게 속삭이는 그 말 "소중하고 사랑스런 나의 이뿌니 공주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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