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자 : 구자호
평점 : ⭐⭐⭐⭐⭐          작성일 : 12월 8일
공연명 : 경기 아티스트 스테이지 <어울, 여울> 혜석을 해석하다
안무 : 김혜연 | 출연 : 이주애, 김혜연, 연주하, 안현민
공연장 : 경기도문화의전당
연도 : 2019년
 
이 공연을 기획안 김혜연 안무가는 '최초의 여성 일본 유학생',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최초의 이혼여성'인 나혜석의 삶을 통해 '나답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의 물음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방법으로 작품을 그려냈다.
나혜석이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이라는 작품을 각색하여 인형이 되기를 거부하며 쓴 ‘인형의 가’ 시를 쓴 방법처럼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무용수, 배우, 안무가가 100년 전 예술가 나혜석의 작품과 인생관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연극과 무용, 나아가 언어와 움직임을 통해 객관성과 주관성을 동시에 내포하며 개인의 사유를 확장하도록 풀어 내어 연출하였다. (리플렛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
 
이 공연의 전반부에서는 남편, 동생, 오빠, 누나, 친구 등 수많은 역할 속에 나는 '나'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또는 사회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들에 대한 해석을 '헨리크' 라는 곰인형에 숨을 불어 넣는 연출로 네명의 출연자가 절제되면서도 완벽한 호흡과 퍼포먼스로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했고,
 
중반부에서는, 변호사 김우영과 결혼 후 4남매를 낳고서도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하며 아내와 엄마가 아닌 인간 나혜석으로 자각하는 삶을 살았지만 파리에서 최린과의 열애사건으로 남편에게 일방적인 이혼을 당하고 이혼 후 '이혼고백서', 나의 母된 이야기'에서 자전적 글로 당대의 여성관과 모성 강요에 커다란 반기를 드는 그녀의 통찰로 아직도 여전히 담론화되는 주제라는 작품의 소개 내용처럼 그러한 내용을 담은듯 했다.
 
그녀의 삶이 '여자'라서 문제인 것보다 '인간'으로서 문제가 될 수는 없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부터 시작하여 인간으로 가져야 할, 인간의, 인간이 문제라는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었다.
 
후반부에서는, 시대의 보편적인 인식과는 다른 본인만의 선구적인 생각을 주장하며 글과 그림으로 행동했던 나혜석은 당대에는 여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지만, 현대의 나혜석은 '최초의 어떤 여성'이라는 수식어 '한 인간'으로 다가오며 관객에게 파장 있는 어떤 물음을 던지는데 이는 더 이상 남과 여의 대립이 아닌 하나의 사람, 인간으로 존재하는 당위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각자의 해석이 자유’라는 메시지를 담아 이야기하며 큰 울림을 주었다.
 
앞으로 이번 공연이 던진  '나답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나 역시도 누군가가 또는 사회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할 것이다.
 
나는 김혜연 안무가의 <혜석을 해석하다> 공연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의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참신하고도 경기도 라는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나혜석'이라는 인물을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이라는 희극 작품과 영리하게 조합한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를 존중하는 분위기로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의 '사람'에 대한 시선과 말은 따갑다는 메시지에 공감하며 관람했기 때문이고,
 
둘째, '혜석을 해석하다'라는 운율이 느껴지고 끌리는 제목대로 '나혜석'이라는 인물에 대해 생소했을 관객들에게도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기 때문이며,
 
셋째, 공연이 끝나고 주변에 앉아 있었던 관객들과 함께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칭찬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김혜연 안무가의 <혜석을 해석하다> 공연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의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참신하고도 경기도 라는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나혜석'이라는 인물을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이라는 희극 작품과 영리하게 조합한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하고 멋진 1시간 공연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공들였을 출연자들의 노력의 결과물을 단 하루, 단 한번 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내 마음 속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내용은 "나는 누구의 인형도 아니오, 누구를 위해 멋지게 살고 싶지도 않소,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삶을 살 거요." 라는 울림 있는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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