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민규(지식혁명연구소 소장)

여러분들은 이제껏 속아 왔어요. 부자들은 인문학을 배웁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인문학을 배우지 못했잖아요? 인문학은 세상과 잘 지내기 위해서, 제대로 생각할 수 있기 위해서 그리고 외부의 어떤 ‘무력적인 힘’이 여러분에게 영향을 끼쳐 올 때에 무조건 반응하기보다는 심사숙고해서 잘 대처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공부입니다. 인문학이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어줄까요?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단, 돈을 많이 벌게 해준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다는 의미에서 진정한 부자로 말입니다. 부자들은 사립학교나 비싼 학비를 내는 대안학교에서 인문학을 배웁니다. 


미국의 인문학 전도사 얼 쇼리스가 강연한 내용이다. 그는 ‘클레멘트 코스’라는 인문학 강의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어느 20대 초반의 여 죄수와의 대화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밥과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변화가 시급한 문제라는 걸 깨달은 그는 1995년부터 노숙자, 빈민, 마약중독자, 죄수 등을 대상으로 인문학을 가르치는 코스를 열었다. 그리고 인문학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빈민은 열악한 환경과 불운의 울타리에 둘러싸인 사람들이다. 이런 포위망에 갇히면 그저 생존을 위한 그때그때의 임시처방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지만 이런 임시방편 대신 자기생활을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게 되면 삶이 달라진다. 인문학을 통해 다른 삶에 대한 소망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클레멘트 코스의 인문학 교육 목표다.”


그의 이런 인문학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의식의 변화를 맛보며 새로운 삶을 맞이했다. 그들은 책과 강의를 통해서 자신을 찾아가는 길을 발견하고 의식을 변화시켰다. 강의 내용만 노트에 적고 끝내는 
게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바꿔야 할까를 고민하고 생각하는 동기를 부여잡았다. 인문학 책을 읽음으로써 의식이 변화하고 자존감을 지키며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신념과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클레멘트 코스 첫 과정을 이수한 사람 중에는 치과의사, 간호사, 디자이너 등이 나왔고, 이 수업을 들은 55%가 사회 복귀에 성공했다. 그들은 인문학이 자신을 찾도록 안내해 주었다고 증언한다. 우리가 구태의연하게 지내며 일상의 무료함에 빠지는 것은 의식의 변화인 자기반성과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접 얼 쇼리스의 강연을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대안으로 의식을 변화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책 읽기다. 책은 기존의 지식을 바꾸거나 새로운 방법으로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의식을 변화시키고 싶은 욕구가 분출한다. 책 읽기 자체가 누가 지시한 명령에 따르는 것도 아니고,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도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주체적이고 도전적인 변화로 작용한다.


좋은 책일수록 변화를 일으키는 파장이 크다. 책을 읽을 때 자신이 가장 갈구하는 부분의 책을 선택해 읽게 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보면 읽는 이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의식의 변화는 자
아 성찰과 자각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현실을 변화시키고 살아가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독서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다독을 했지만 의식의 변화를 느낄 만큼의 자기 발견이나 성장이 없다고 한다. 그건 절대적으로 사실이 될 수 없다. 그가 한두 권의 책을 읽고 변화에 조급증을 내거나 아니면 변화하는 자신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은 0도에서 99도 사이에서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온도를 달리하면 H2O라는 분자구조를 가졌음에도 0도 이하에서는 얼음이 되고 100도가 되면 수증기로 변한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독서력을 끌어올릴 때까지 눈에 보이는 효과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거듭되는 책 읽기를 한다면 기존 의식의 한계를 넘는 순간이 온다. 바로 임계점이다. 한 권의 책으로 변화될 수도 있고 한 줄의 문장에서도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우리 의식의 밑바닥엔 안정과 습관이라는 거대한 빙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단단한 고정관념이나 문제점은 깨기 어렵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를 기대해야 한다.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운명이 있다고 믿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변화는 기회가 된다. 


나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높이고자 하는 인간의 확실한 능력보다 더 훌륭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처럼 의식 변화와 성장을 위한 노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일이다. 변화는 고통을 수반하는 데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과 편안한 습관의 단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인간이 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책이 필요하다. 기존에 자신이 가진 통념과 의식의 전환을 꿈꾸는 이들에게 장 폴 사르트르는 이렇게 조언한다.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많은 것을 받아들여라.” 사르트르의 조언을 실천하고 싶다면 책을 손에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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