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청장상 수상자 서울 문현중 2학년 이수아 학생을 만나다!

동대문구청장상 수상자인 서울 문현중 2학년 이수아입니다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침투되어있습니다. 언어가 바로 자신이고 자신이 곧 언어입니다. 언어만큼 위대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제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본성, 즉 악하다고 생각될 그 욕망이 인간을 위를 바라보고 나아가게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믿는다고 하셨습니다. 언어란것도 그런 기본적인 인간의 욕망에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제16회 전국 청소년 독서감상문 발표대회 동대문구청장상 수상자 이수아 학생

우리는 벅차오르고 끓어오르는 감정이라는 느낄 때 그걸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 감정을 몸짓으로, 눈빛으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가장 기초적으로 또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언어입니다. 언어란 욕망이고 욕망이 곧 언어입니다. 언어란 산물이고, 태초이자, 시작입니다. 언어의 유희, 유희의 언어입니다. 내면의 꿈틀거림에서 꺼내진 언어는 우리의 닫힌 덧장을 열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했습니다. 우리는 웁니다. 우리는 울부짖고 짖습니다. 우리는 바라보고 느낍니다. 우리는 블럭을 쌓고 건물을 짓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낍니다. 탄성을 지릅니다. 그게 우리가 언어를 다스리는 법이고 언어가 우리를 지배하는 방법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언어로 사랑을 말합니다. 슬픔도, 고통도 언어를 사용합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언어가 깊숙하게 침투되어 있습니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입니다. 단순해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는 훨씬 더 깊은 것이 내제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가슴, 아니 모두의 가슴은 언어가 꿰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어로 심장을 만들고, 벌어진 상처를 꼬매고, 그러다 순간적으로 찌르기도합니다. 때로는 서슬푸른 비수가, 때로는 뜨개바늘이 됩니다.

언어가 없던 시절,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려는 이들이 서로에게 말을 건넵니다. 알파벳이 없는 말을. 우우- 라며 소리를 냅니다. 그러나, 문자가 없는 그 소리 또한 언어입니다. 상대에게 말을 걸려는 소리. 아프면 아프다고, 증오하면 증오한다고. 동물들도 언어가 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을 감싸는 자연도 언어가 있습니다. 단순히 가나다, abc따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고유한 언어로 말을 합니다.

철학자들에게 언어를 빼앗는다면 그들은 세상을 끝내려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철학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요. 언어의 부재는 세상을 죽입니다. 눈짓, 수화, 표정이 사라집니다. 벗어날 길이 없는 욕망, 그 속의 감정까지 싸늘하게 식습니다. 언어란 그런 존재입니다.

서걱서걱 바람에 흩날리는 풀들이 아름답습니다. 바람의 소리를 예쁘다, 고 표현한 이들 또한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말하려고 할 때 가장 빛납니다. 몸으로든, 그림으로든, 글로든, 표정이나 눈빛이든지요. 언어를 기반으로 시작된 모든 창조물들은 아름답습니다. 언어를 넘어슬 자가 있을까요? 신 또한 언어 없이 인간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언어로 믿음을 만들고 언어로 세상을 만들어간 이들에게요?

저 높이를 바라보는 가냘픈 인간들은 언제나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책을 통해서 바라봅니다. 책 또한 수많은 언어의 산문들 중 하나입니다. 사람이 무언가 써내려간 흔적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아름답습니다. 저는 산물 모든것들을 사랑하지만 책도 사랑합니다. 어쩔땐 생명체들을 제외한 그 모든 것들보다 가장 사랑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지독한 편애이지요. 하지만 자연 또한 이해해주겠지요.

저는 아직도 놀랍습니다. 인간의 악행과 선행.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저지르는 이들과 똑같은 자신. 그 모습에 증오하고 그 모습에 사랑합니다. 모든 인간들이 그럽니다. 누구나 애증의 감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한번쯤은 자신에게 날아가 꽂힐 때도 있지요.

책은 놀랍습니다. 그리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들, 그리고 저 또한 단순히 뽐내기 위해 책을 들고다닐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책은 외면당하기도 쉽고 쉽게 잊혀집니다. 단순히 책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며 강요하는 이들에 질려 펼쳐보지 않은 이들도 있지요. 물론 그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산물들은 많습니다. 선택지가 없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것 아닐까요. 아무튼 책은 위대합니다. 제게는 어떤 것이든 가장 크게 다가옵니다. 계속된 발전에 걸맞게 점점 속도를 높이는 사회, 그 속에서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빛들이 마구 터지면서 사그라듭니다. 숨돌릴틈없이 눈앞을 가득 메꿉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 그러나 빠져나갈순 더더욱 없는. 네, 그게 제 변명입니다. 무심하게 버려진 안쓰러운 책들에 대하는. 그리고 한가지 변명을 더하자면 전 지쳤었습니다. 전 원래 책을 음미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책을 여러번 읽으면서 그 깊이를 가능하고 거기서 온, 한층 더 두꺼워지는 희열. 어린 저는 그걸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알게 되었는지, 아니 애초에 그런 사람들이 많은데도 왜 그랬던건진 모르겠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칭찬을 받게 되었고 나름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약간의 강박이 생겼나봅니다. 더 수준 높은 책을 읽을수록 즐거움은 한층 더 깊어지고 점점 더 빠져들게 되었지만 그럴수록 더 높은 수준의, 특히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 책은 순간 겉치레가 되었습니다. 제가 구차해보였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법이고, 책은 무시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아팠습니다.

언젠가, 갑자기, 자연스럽게 저는 다시 책에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더이상의 겉치레도, 변명도 없이 다가갔습니다. 책에 다가가면서 그동안 함께 외면했던 글쓰기에도 다시 눈을 돌렸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지금까지 제 능력을 의심해왔습니다. 대체 내가 왜 글을 잘 쓴다는건지, 그 말만을 믿고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와서 이모양인지 저는 저를 믿지 못했습니다. 부끄럽게도, 교내 대회에서는 소재가 없어 어물쭈물 머뭇거리다가 망쳐버리고...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저 자신이 최악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제 자신을 보면서 더더욱. 웅크리고 있었지만 다시 깨어났습니다. 여러 강연을 듣고 여러 책을 보니 설레였습니다. 펜을 들면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 한계가 일단 배움에 막혀있다는걸 알아챘습니다. 아직은 가장 빛나지 않아도 빛나게 될 저를 위해 배움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게 곧 제가 이 대회를 참가하게 된 이유입니다. 저는 불안정한 제가 상을 타지 못할까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상을 타지 못한다 해도 저는 책을 사랑했고, 글을 사랑했으며, 그것을 쓰는 저를 사랑했고, 그것을 꿈꾸는 저를 사랑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참가하는 과정에서 급하게, 얕게 책을 분석하고 써내려가며 배웠습니다. 새롭게 배웠습니다. 새롭게 채워졌습니다. 마음을 비웠을 때 제가 본선까지 아니여도 상을 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저는 좀 분하고 아쉬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더 위를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인간의 언어의 열망으로, 열망의 언어로. 알 속에 얇은 막을 터트린 것입니다.

언어는 언제나 즐겁게해줍니다. 책은 언제나 사랑으로 가득차게 만들어줍니다. 기록의 유산, 그 증거가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집니다. 수많은 책들,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랑하는 것은 어린왕자,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호밀밭의 파수꾼, 토지입니다. 물론 그 책들을 평할 수 있습니다. 감상문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책들에게 시시한 말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계속 바라보고, 계속 파고들고 마침내 원하는 곳까지 도달할것입니다.

그동안 언어를 잊고 살았습니다. 덕분에 언어를 말하고 진정으로 언어를 느끼려는 발걸음을 디디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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