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자 : 이소현(한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도서명 : 꽃을 선물할게

저자 : 강경수 지음

출판사 : 창비

아이들은 순수하다. 태초의 인간이 선한 기질 또는 악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많은 주장들이 있지만, 사실 실제 아이들은 선도 악도 모른 채로 태어난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편견일 뿐이다.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인 채로 태어난다. 아이들이 선과 악의 개념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 때는 아마 스스로 생각하는 이성의 힘이 생기고 나서의 일 것이다. 즉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생기기도 전에 선과 악의 개념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은 사회 속 좋지 못 한 편견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다는 소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아이들에게 한 책을 추천하고 싶다. 바로 강경수 작가의 <꽃을 선물할게>라는 동화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책은 완전한 선역도 완전한 악역도 등장하지 않는 특이한 책이다. <꽃을 선물할게>에는 총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곰, 무당벌레, 거미이다. 배고픈 거미의 거미줄에 붙잡힌 무당벌레가 지나가던 곰에게 목숨을 구걸하게 되고, 처음에는 이러한 무당벌레의 부탁을 거절하던 곰이 마지막에서야 무당벌레를 구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전반적인 스토리이다. 구체적인 인물 설명을 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곰은 갑의 역할이다. 그는 무당벌레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인물로서 등장한다. 하지만 작중에서 곰은 우리가 읽어왔던 이야기 속 영웅들처럼 무당벌레를 조건 없이 돕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사건의 방관자로 생각하고 무당벌레의 상황에 함부로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개입이 곧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이와 반대로 무당벌레는 상대적인 을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을의 대명사인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마냥 선한 인물은 아니다. 무당벌레는 곰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자기 입장만을 우! 선시하는 이기적인 인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거미이다. 흔히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거미는 악당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거미의 이중적인 모습을 아주 잘 다루고 있다. 무당벌레의 입장에서 거미는 무서운 살인마지만 곰의 입장에서는 해로운 모기를 잡아주는 고마운 익충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하지도 않은 인물인 곰이 무당벌레에게 선행을 베푼 이유는 무엇일까? 동화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훈훈한 결말은 아니다. 꽃을 선물한다는 낭만적인 단어로 포장을 하였지만, 결국 곰은 이해타산의 관계에 따라 무당벌레와 거래를 한 것이다. 무당벌레의 목숨을 담보로, 꽃이 만연한 봄의 풍경을 말이다.

이렇게만 바라본다면 이 책은 무섭도록 낭만과는 거리가 먼 무미건조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학작품 속에는 언제나 그렇듯 글 속에 메시지와 낭만이 숨겨져 있다. 조금만 더 이야기에 몰입해보자. 그러고 나면 이 책의 이야기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속과 닮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 이득이 있을 때만 움직이는 갑, 살기 위해 처절하게 버둥거리는 을, 그리고 갑과 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이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세상을 이 책은 자연에 빗대어 아름다운 그림과 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독자는 곰이 될 수도 있고, 무당벌레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거미가 될 수도 있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우리는 세상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이 것이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모습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저자는 우리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어릴 적 읽은 많은 책들은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입시키고는 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교훈을 전달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 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교훈이 주입될 때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심청이가 목숨과 아비의 눈을 교환하는 이야기인 <심청전>은 과연 아이들에게 효(孝)를 주입시키지 않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가? 욕심으로 인해 목숨까지 잃게 되는 <소금 맷돌>과 같은 전래 동화가 아이들에게 욕심을 부리지 말 것을 강요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에 대 해 좀 더 고민을 해봐야할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필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한, 혹은 교훈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는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를, 혹은 더 확장된 사고를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이다.

편견이 담기지 않은 책, 모든 이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책 <꽃을 선물할게>는 앞서 말 했듯이 완전한 선역도 완전한 악역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의 이야기처럼, 세상에도 어느 것 하나 완전히 옳은 것은 없다. 이 글을 읽은 아이들이 혹은 아이를 지도하는 어른들이 이를 명심하며 책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펼쳐나가기를 바란다. 이 책이 각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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