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민규(지식혁명연구소 소장)

곤충학자 로스차일드 박사는 벼룩으로 실험을 했다. 10cm 높이의 유리병에 벼룩을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벼룩의 행동을 관찰했다. 처음 몇 분 동안은 벼룩이 유리뚜껑이 있는 천정까지 뛰어올랐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던 벼룩은 차츰 시도를 줄였다. 뛰기를 멈추었을 때 박사는 유리병의 뚜껑을 열었다.

 

하지만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벼룩은 한 마리도 없었다. 원래 벼룩은 자기 몸의 100배가 넘는 30cm 이상을 뛴다. 그것이 벼룩의 진정한 능력이다. 그러나 유리병 마개로 한계를 미리 설정해 둔 까닭으로 벼룩들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 행동을 제약했다. 인간 역시 학습된 한계와 무기력이 성장을 멈추게 한다. 생각을 바꾸고 익숙한 환경을 탈피해 자신의 무한한 능력을 펼쳐보여야 한다. 낯선 것들과의 만남, 즉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새로운 것들과의 만남이 전제되어야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익숙함을 좋아하고 타성에 젖은 사람은 갖출 수 없는 능력이다. 벼룩 실험에서 보았듯이 일상적이고 구태적인 행동이 우리의 한계를 정하고 성장을 방해한다. 우리에게 유리병 뚜껑과 같은 존재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불안, 상대적 박탈감 등 다양한 요인과 요소이다. 이로 인해 캄캄한 미래를 지레짐작하고 도전을 멈추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단 1초라도 미래를 먼저 살아보았는가.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자신이 정해 놓은 한계를 깨고 익숙한 것들과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 한계를 넘어서는 일은 고통을 수반하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다. 새롭고 불편한 것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안락한 삶을 포기해야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큰 세상과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곧 도전 속에서 희망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으므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망치 철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망치를 들고 세상의 진리라고 여기는 기존의 모든 질서를 거부하고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되기를 원했다. 그가 손에 든 망치는 기존의 질서와 가치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며 노예적으로 살아가는 절대 다수를 향한 외침이었다. 그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절대 진리라고 여겼던 가치들은 속박의 쇠사슬이므로 과감히 끊고 인간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기를 원했다. 망치를 높이 든 니체는 돌 속에서 천사를 본 미켈란젤로가 창조를 위한 파괴를 한 것같이 우리 자신 속의 위대함을 보기 위해 기존의 관념ㆍ습관ㆍ한계ㆍ굴레 등을 깨부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습과 습관이 우리를 노예로 만들며, 삶의 굴레가 희망 없는 지옥으로 변하고, 형틀 없는 감옥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망치는 파괴의 도구이자 창조의 연장이다. 파괴와 창조는 빛과 그림자처럼 한 몸이다. 파괴하는 과정이 창조를 위한 것이고 창조를 위해서는 필히 파괴가 동반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자신이 지켜 왔던 낡은 가치를 부수고 창조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책은 이런 낡은 질서와 가치를 과감히 깰 수 있게 돕는 망치다. 파괴를 위한 파괴가 아니라 창조를 위한 파괴다. 멈춤이 아닌 연속적인 과정이어야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으며 위대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굴레를 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안다. 자신이 현재 살아가는 범위이며 미래에도 삶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굴레란 의미에는 부정적인 뜻이 더 많이 내포되어 있다. 굴레의 어원은 말이
나 소 따위를 부리기 위해 머리와 목에 고삐를 걸쳐 얽어매는 줄이다. 그런 단어를 우리 삶에 끌어들인다는 자체가 용납하기 어려워야 한다. 자신의 한계상황을 미리 설정해 놓고 끌려 다니면 자신의 잠재능력을 죽이는 악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이미 그 굴레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 두렵다.


시작과 창조의 모든 행위에는 하나의 근본 진리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순간 하늘도 움직인다는 것이다. 독일의 대시인이자 작가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자기 스스로 굴레를 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하늘도 움직여 온전한 자유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고 존재감이 빛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만큼 책을 사랑했던 영웅이 있다. 그는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라고 할 수 있는 코르시카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났으며 작은 키와 시골스러운 억양으로 학교에서는 소위 왕따를 당했다. 교실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자란 아이는 온 유럽을 자신의 발아래 두고 호령하는 영웅이 되었다. 그의 책 사랑은 대단해서 전쟁 중에도 마차에 책을 실어 이동도서관처럼 운영했다, 심지어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책을 읽을 만큼 독서광이었다. 그는 바로 나폴레옹이다. 생의 마지막을 헬레나 섬의 감옥에서 책과 함께 생을 마감한 영웅이다. 천재 전략가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우리에게 습관에 대한 귀한 명언을 남겼다. 행동의 씨앗을 뿌리면 습관의 열매가 열리고, 습관의 씨앗을 뿌리면 성격의 열매가 열리고, 성격의 씨앗을 뿌리면 운명의 열매가 열린다. 


나폴레옹의 책 읽는 습관은 그의 운명을 바꾸는 씨앗이었다. 습관이란 습득된 결과로 반복되어 일어나는 행동을 일컫는다. 이미 몸에 익어버린 잘못된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로 나갈 수 없다. 알을 깨고 나온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의 서두에 나오는 말이다. 새는 알이라는 작고 안락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새로운 세계로 나갈 수 있다. 누구나 변화지 않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 역시 나쁜 관습을 쉽
게 포기하지 못한다. 조금만 의식하고 노력하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타성에 젖고 관성에 따라 지낸다.


무엇이든 스스로의 노력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좀 느리고 답답해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혼자 힘겨워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책을 손에 들어보자. 책을 망치 삼아 자신의 한계를 막고 있는 유리병 뚜껑과 자신을 한정짓고 있는 굴레를 깨부수고 성장한 것들이 힘을 줄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는 여러분 또한 다른 이들에게 그 망치를 건네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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