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자 : 임세희(한남대 문헌정보학과)

도서명 : 돼지책

저자 : 앤서니 브라운 지음

출판사 : 웅진주니어

연도 : 2009년

 

‘돼지’라는 동물이 갖는 상징은 무엇일까? 게으름, 더러움, 뚱뚱함...

이런 돼지와 책이 만난다면? 확실히 좋은 기운을 뿜는 이미지는 아니다. 단순히 주인공이 돼지라서 돼지책일까? 하지만 책 표지는 여성 한 명이 성인 남성 한 명과 남아 두 명을 혼자 엎고 있는 모습이다. 돼지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걸까?

동화 ‘돼지책’은 가정에서 여성 혼자만 감당해야 하는 가사노동, 성에 대한 고정관념 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그래서 표지도 여성은 남성 세 명을 감당하며 무거워하고 있지만 위에 올라 탄 세 명은 해맑게 웃고 있다. 어린이 동화책에서 흔히 다루고 있지 않은 무거운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전혀 어렵게 보여주지 않고 어린이 책답게 쉽게 풀어냈다. 쉬운 단어들로 함축한 내용, 일차원적이면서도 색채가 풍부한 그림을 그려냈다.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풍자한다. 가사노동을 도와주지 않고 밥만 달라고 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돼지로 그려 버린다. 책의 제목이 ‘돼지책’인 이유가 밝혀졌다. 좀 더 이 작품에 대해 알아보자!

- ~의 아내, ~의 엄마

책 속에서 여성을 칭하는 것은 ‘피곳 부인’. 이름이 아니다. 남편인 피곳씨는 아내로만, 아이들은 엄마로만 부른다. 한 존재로서의 이름은 사라졌다. 모든 가사노동은 엄마라는 이유로, 아내라는 이유로 피곳 부인만 전부 도맡아 한다. 남편은 회사,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중요한 일’이라고 하며 집에 있는 피곳 부인은 하찮은 것처럼 대비 시킨다. 가사 노동은 왜 모두 여성의 역할이며 그 역할마저도 존중받지 못하는 것인가? 가사 노동은 당연히 여성의 일이라고만 여겨서? 피곳 부인은 누군가의 아내, 엄마이기 전에, 심지어 여성이기도 전에 존중받아야 할 한 인격체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알아주지 않아 끊임없는 집안일에 지친 부인은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쪽지를 남긴 체 결국 집을 나가게 된다.

-돼지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피곳 부인이 떠난 집은 엉망이었다. 돼지 우리가 따로 없었다.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배가 고프니까 뭐라도 먹었지만 치우지는 않았다. 그저 본능에 따르는 돼지와 다르지 않았다. 그 중요하다던 회사, 학교에 가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책에서 이들을 꿀꿀거리며 기어다니는 돼지로 표현했다. 이때 사람 뿐 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 있는 사소한 장식품들도 돼지로 변한다. 이런 것들을 찾는 재미도 동화책으로서 놓치지 않았다.

-희생이 아닌 책임! 각자가 아닌 함께!

엉망인 돼지 생활을 하고 있을 때 피곳 부인이 다시 집으로 왔다. 부인의 소중함을 이제야 깨달은 그들은 부인에게 빌며 부탁하게 된다. ‘제발 집으로 돌아와주세요!’

부인이 집에 돌아오는 대신 집안일은 분담하기로 했다. 정해진 사람이 아닌 함께 집안일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 요리를 하면 누군가는 설거지를 하고, 누군가 빨래를 하면 누군가는 다림질을 했다. 심지어 집안일을 즐기기 시작했다. 피곳 부인은 자동차 수리를 하기도 했다.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불행한 희생이 따르지 않고 모두 행복한 집이 될 수 있다. 사실 누가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을 중요하지 않다. 누구든 맡은 역할이 있고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노력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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