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정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할 때 주요 통제 수단으로 삼는 것 중 하나가 ‘시간’이다. 우리는 일정한 연령이 되어야 성인으로서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누리고, 중범죄를 저지르면 일정 기간 자유를 박탈당하는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또한 귀화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그 나라에 일정 기간 거주해야 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일정한 임신 기간 이후에는 낙태를 금지당한다. 세금신고에서부터, 군복무, 정년퇴직, 연금 등의 복지혜택, 비자와 영주권, 공소시효, 일정한 기간마다 되풀이되는 여러 선거 일정에 이르기까지 정치는 시민에게 자격과 권리를 부여하고 박탈하는 데 각종 시간(대기시간과 마감시간)을 이용한다.

▲ 엘리자베스 F. 코헨 (지은이)/최이현 (옮긴이)/바다출판사/원제 : The Political Value of Time

하지만 시간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정치 영역을 찾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권력의 행사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에도, 시간은 이제까지 정치학에서 본격적인 연구 주제가 되지 못했다. 국가가 국민의 시간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암묵적 인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장 정치학자인 엘리자베스 F. 코헨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며, 국가가 시민의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 왜 정당한지, 부당하다면 어떤 의미에서 그러한지 묻는다. 시간은 근대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 시간이 정치적 절차에서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가 시민들의 시간을 공평하게 다루지 않을 때 발생하는 시간적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국가가 기다리라고 요구할 때 그 타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시간에 대한 정치사상사적 관점들과 정치경제학 이론, 실제 정치 관행과 규범적 분석을 동원하여 이제까지 정치학에서 간과되었던 시간의 정치적 가치를 밝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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