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살고도 쓸쓸히 잊혀가는 우리 탑에 숨결을 불어넣다

탑은 불교와 함께 인도에서 전래되었지만 이후 불교사상에 우리의 정신문화,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예술이 집약되며 미(美)의 결정체가 되었다. 또한 왕조의 흥망과 전쟁의 참상을 목도하고 풍찬노숙의 세월을 견디며 이 땅을 지켜온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부장품도 다 내어주고 빈 가슴으로 깊은 침묵에 잠겨 있지만 탑이 품은 사연은 깊고도 유장하다. 창원에서 활동 중인 손묵광 사진가와 이달균 시인은 각각 사진과 문학 분야에서 40년 이상 내공을 쌓은 작가들로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탑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사진가는 탑과 자연이 어우러진 가장 아름다운 한순간을 앵글에 담았고, 시인은 탑에 얽힌 사연과 역사를 전통의 시가인 시조로 노래했다.

▲ 손묵광,이달균 (지은이)/마음서재

손묵광 사진가는 문화재로 지정된 200여 기의 탑을 촬영하기 위해 지난 2년간 5만 km를 누볐으니 그 거리가 자그마치 지구 한 바퀴에 이른다. 하나의 탑을 찍기 위해 서너 번 답사는 예사였고, 인적 없는 고요한 때를 기다리며 차 안에서 밤을 지새운 날도 부지기수였다. 돌의 질감을 깊이 있게 표현하기 위해 흑백사진으로 작업했는데, 천편일률적 구도로 찍어낸 안내 도판 같은 사진이 아니라 작가정신과 상상력으로 일찍이 본 적 없는 색다른 탑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달균 시인은 사진가와 함께, 혹은 혼자서 탑을 답사할 때마다 한 편의 시조를 남겼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해설을 덧붙여 탑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면 탑의 조형미는 물론이고 탑이 품은 사연과 옛사람들의 간절한 염원까지 읽힌다. 한 장의 사진에 마음이 흔들리고, 한 편의 시조에 마음 깊숙한 곳까지 울림이 전해진다. 그렇게 두 작가가 만들어준 만남의 장에서 탑을 마주하고 있으면 탑이 차가운 돌덩어리가 아니라 영혼을 지닌 무념무상의 인격체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출판사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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