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순환, 자연의 풍요, 그리고 생명이 주는 매혹 우리 인류의 1만 년 동반자, 소를 키우며 알게 된 것들

농부가 되면서 모든 기쁨과 슬픔을 담고 있는
진정한 작가가 되는 법을 배우다

▲ 존 코널 (지은이)/노승영 (옮긴이)/쌤앤파커스/원제 : The Cow Book (2018년)


사실 저자는 아일랜드의 시골에서 벗어나 광대한 문명 세계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보고자 했던 이십 대의 청년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관계는 단절되어갔으며, 순간순간 실패에 대한 불안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이런 모습이 지구 반대편 우리나라 이십 대의 상황과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비록 고집불통인 아버지에게서 “일자리도 없어, 돈도 없어, 네 삶은 엉망이야. 넌 실패자야.”라는 소리를 들을지라도 저자는 고향 농장의 진흙 바닥에 꿋꿋이 발을 딛고 서서 소와 마주하며 소를 생각하고, 생명의 온기와 경이로움을, 우리의 아름다운 삶이 지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조금씩 찾아간다. 그가 마침내 자신만의 월든을 찾았듯이 우리도 우리만의 월든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나는 행운아다. 예전만큼 세상에 얽매여 있지 않다. 지금 나는 기술에 의존하는 습관을 버리는 중이다. 기술이 없는 곳에 자유가 있다. 버치뷰가 나의 월든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부터 비로소 삶을 진정으로 살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가장 강할 때는 숲속을 달리거나 농로를 자전거로 내려갈 때이다. 소나 양의 새끼를 받을 때도 그렇다. 무언가 숭고하고 거룩하고 본질적인 것을 경험한다는 느낌이다. 1년 전부터 비로소 삶을 진정으로 살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것은, 그전에는 죽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저 살아 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살아야 할 ‘삶’이 없다면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소를 생각한다》가 현지에서 출간된 후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책은 송아지 같다. 일과 관심만 있으면 하루하루 성장할 수 있다. 농부가 되면서 나는 모든 기쁨과 슬픔을 담고 있는 진정한 작가가 되는 법을 배웠다. 이 동물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것은 힘든 일이지만 정직한 생활이다.”


자연 속에서 생명을 보살피고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순간 저자는 다시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단순하고 여유로운 문장들 속에 ‘생명의 느낌’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잔잔한 호수 위로 부서지는 아침 햇살, 시골의 처마 아래서 듣는 소낙비 소리처럼 아일랜드 청년 존 코널의 문장들이 가슴으로 내려앉는다. 오랜만에 독서의 순수한 기쁨을 선사해줄 책이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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