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섭 상상크리에이터 겸 작가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까’는 이제부터 함께 의논할 과제입니다.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여러분들은 이미 갖고 계시니까요. 그것은 바로 열정입니다.

학교도서관 담당 교사모임이나 도서관 사서모임 등 온, 오프라인의 매체를 통해 프로그램의 유형은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다양한 관련 잡지와 블로그 등을 통해 많은 프로그램을 쉽게 접하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기획해 반응이 좋았던 대표 프로그램을 소개해 봅니다.

 

〇 미션 북파서블 mission bookpossible

- 책에 나오는 장소, 인물, 관련 거리를 찾아 미션을 만들고 해결하는 프로그램

- 적당한 시간에 뜻밖의 문제를 보내고 인증샷, 미션 해결 등을 통해 흥미 부여

- 방송 프로그램의 가벼운 문제 형식을 참조하고 반전을 꼭 넣을 것.

 

파주출판도시의 장점은 유명 출판사가 직접 운영하는 책방이 많다는 것입니다. 도시 곳곳을 모두 다니려면 다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이런 좋은 조건 책방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각 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자 몇 해 전부터 책방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네이버에 카페를 개설하여 출판도시를 찾는 분들에게 각 책방의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정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 책방들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투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해답을 찾은 곳은 여기 도시 안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난 후였습니다.

톰 크루즈가 부여받은 미션을 하나씩 풀어 나가듯 책방을 돌며 그곳의 미션을 하나씩 풀어 나가게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풀어야 할 문제는 각 책방의 매니저들이 자사의 콘셉트에 맞추어 책을 골고루 살펴야 맞출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둠을 이루어 출판도시 지도를 살펴가며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출발할 때 매니저는 저에게 문자로 출발 시간을 알려 줍니다.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를 지나칠 때쯤 핸드폰으로 또 다른 미션을 보냅니다. 사진 속의 장소를 찾아 모둠원이 함께 인증샷을 찍어 보내라는 지령을 말입니다. 미션을 완수하고 목적지로 돌아온 후에는 다녀온 곳의 지도를 그리며 서로의 미션 결과에 대해 발표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좋습니다. 협동심, 스릴, 스피드를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반전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이 최대의 매력입니다. 물론 출판도시처럼 비슷한 조건을 갖춘 경우라야 좋지요. 특히 각 사의 매니저들 간의 소통이 필요합니다.

지역에선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재래시장을 이용해 보세요. 출판도시의 책방 한곳을 시장에선 하나의 상점으로 생각해 보세요. 문제지를 만들어 ‘우리 아이들이 오면 이렇게 해 주세요’라고 부탁하세요. 상인들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고 동네 분들이라 흔쾌히 맡아 주십니다. 생선가게에 들려선 해양에 관련한 책의 힌트를 찾고 과일 가게에선 과일 이름이 들어간 책 찾기를 하면 됩니다. 시장과 접목한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키다보면 엉뚱한 곳에서 예기치 않은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과 연결될 수 도 있고요.

몇 년 전 문화부에서 진행한 시장의 문화를 만드는 ‘문전성시’ 같은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습니다. 기획했던 축제 장소가 제가 찾던 조건을 모두 갖춘 경우가 있었습니다. 도서관이 있는 공원과 바로 옆에 시장이 있었습니다. 시장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행사 준비시간이 짧아 상인분들에게 기획안만 전달하고 그 이상 진척이 되지 못해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꾸준히 시간의 여유를 갖고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〇 건축 마을을 만들어라

- 건물 설계하기, 우드락에 살고 싶은 마을 그리기

- 재활용품 사전에 모으기, 모둠별 게임으로 재료 선점하기, 마을 개막식 축제

 

건축에 대해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 영화 <건축학개론>의 국민 첫사랑 ‘수지’를 보고 나서였음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출판도시의 아름다운 건물의 매력에 빠져 건축에 대해 공부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더욱 마음이 설렜습니다.

건축은 공과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이 첨부된 기술로만 여겼는데 여기에는 인문학적 요소가 상당 부분 들어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또한 예술적인 부분도 깊이 접목되어있는 것이 건축입니다. 어쩌면 건축학과는 공과대가 아니라 예술대학에 속해 있어야 된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내가 살 집과 마을을 상상력을 동원해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프로그램은 어린이뿐 아니라 모두가 소망하는 꿈을 담고 있습니다. 건축가가 오셔서 실제 본인이 만든 집을 보여 주고 유명한 건축물들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아이들의 눈이 반짝입니다. 모둠을 이뤄 마을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재료의 선정을 재미있게 해야 합니다.

간단한 게임으로 순위를 정해 앞선 순위부터 재료를 고르게 합니다. 재료는 박스 안에 담아놓고 겉에는 숫자만 적어 놓습니다. 복불복이 되는 거지요. 마을을 완성한 후에는 다함께 모여 축하 파티를 합니다. 마을 촌장을 정하고 마을을 안내합니다. 마을 위에서 종이띠지를 절단하는 커팅식을 해도 재미있습니다. 마을 앞에는 표지판을 세워 이 작업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이름을 적어 놓습니다. 어떻습니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〇 우리 마을 책지도 만들기

- 책의 제목, 내용과 연관 있는 마을 장소 찾기

- 가게 이름을 책제목으로, 광고판 알아오기, 더 쉬운 우리말 찾기

 

평택에 있는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책 만드는 이야기 강연을 마치고 사서 선생님과 식사를 함께 할 때였습니다. 선생님은 지역적인 특성을 잡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였으나 이 지역은 여건상 그런 소재가 너무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도농공이 복합된 아주 작은 도시로 인근에는 그 흔한 산이나 하천 하나 없는 적막한 곳이었습니다. 식사 내내 무엇을 할까 궁리하던 참에 메뉴판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거기에는 ‘김치찌개’ 가 ‘찌게’로 적혀 있었습니다. 많은 식당들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글자가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순간 이 마을의 가게들에서 틀린 글자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자고 했습니다.

오자誤字는 물론 상점명을 예쁜 우리말로 바꿔보고 거기에 맞는 책제목을 대입하여 마을 지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치킨집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될 것이고 중국집은 ‘짜장면 불어요’, 빵집은 ‘위저드베이커리’가 되겠지요. 작은 도시 전체를 책마을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도시 내 모든 상점이 가게 이름을 책과 연관하여 짓거나 주인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주제로 하여 꾸미면 재미있겠지요. 그런 마을을 만들어 보는 것이 제 꿈이기도 합니다. 책마을 지도 만들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대가로 그날 점심 값은 당연히 선생님이 냈습니다.

책지도 만들기를 더 쉽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출판도시안에 있는 어린이도서관 ‘꿈꾸는 교실’ 아이들과 평화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을 수개월간 진행하던 중 5일장을 가는 체험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가던 시장이 아니라서 가게 위치는 물론 예상치 못한 다양한 품목이 나왔죠. 아이들은 시장에서 맡은 구역의 품목만 조사해 옵니다. 가게 이름이 없으니 채소가게, 옷가게 이런 식이죠. 다음 날 도서관에 모인 아이들은 도화지에 자기가 조사해 온 구역의 지도를 그려 서로 연결합니다. 마치 대동여지도와 같이 낱장으로도 쓸 수 있고 커다랗게 연결하면 한 눈에 5일장 전체를 볼 수 있겠죠.

자,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도서관안에서 가게와 연관된 책의 제목을 포스트잍에 적어 그 가게에 붙입니다. 이름없던 가게가 알록달록한 책이름으로 하나씩 자리잡아 갑니다. 어떤 책들이 가게이름을 대신했는지 알아볼까요? 곡식을 파는 가게 이름은 ‘콩쥐팥쥐’, 분식 집 이름은 ‘내가 라면을 먹을 때(하세가와 요시후미/고래이야기)’, 어르신이 앉아계시던 복덕방은 ‘작은 집 이야기(버지니아 리버튼/시공주니어)로 바뀌었습니다. ’난 병이 난 게 아니야(카도노에이코/한림)‘는 어떤 가게였을까요? 한약방입니다. 모두의 입이 벌어진 것은 마지막 이었는데요. 책제목 ’엄마에게 주고 싶어요(알리스 브리에르-아케/봄봄)‘입니다. 어떤 가게일까요? 어묵을 파는 가게였어요. 왜 일까요? 아이가 어묵을 무척 좋아하는데 엄마에게 어묵이 얼마나 맛있는 지 알려 주어 다음에 어묵 많이 사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뒤집어졌죠.

이 이상 좋은 프로그램은 결코 나오지 않습니다. 책 고르기, 상상하기, 사람 사는 이야기, 가족애, 함께 그리는 협동심 등 모든 것이 이 안에 다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재래시장의 가게 이름을 연관된 책 제목으로 다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이라는 것이 SSM 입점 금지, 판매품목 제한 같은 대형 마트에 대한 네거티브 정책 뿐입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분은 결국 소시민이고 입점해 있는 물건 중에는 중소기업이 만든 물건도 많습니다. 결국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이만큼 했으니 그 다음은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입니다. 눈길을 재래시장으로 더욱 돌려야합니다.

주차장 확보나 시설 현대화 사업은 예산 관계상 어렵다고 하면 다음은 할 게 없습니다. 재래시장, 전통시장에서는 문화를 팔아야합니다. 앞서 말한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이 시장을 중심으로 일어나서 교육의 효과와 서민 시장 살리기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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