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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의 讀한순간 (8) 책에서는 행복의 당첨 확률이 100%다
황민규(지식혁명연구소 소장)  |  mkedwar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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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3  15: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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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민규(지식혁명연구소 소장)

사회 초년생이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직장 적응하기 외 결혼 준비, 육아 등에 신경 쓰다 보면 개인의 삶이 없는 생활이 되어 버린다. 책을 읽는다는 건 사치이자 언감생심이 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책을 즐겨 읽는 이들은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보다 재미있는 일도 많고, 크고 작은 모임이 보편화된 시대에 왜 책을 읽을까. 자신의 미래를 위한 자기계발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기분전환을 위한 방편일 수도 있고, 현실의 고통과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길 찾기를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 자기계발서는 미래의 두려움을 미리 해결하자는 것이며, 불안한 감정을 위로받고 싶을 때 읽기도 한다. 고통과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독서는 당면한 현실의 불만족에서 기인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 만족스런 삶을 사는 사람이 굳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은 상황의 변화를 원한다.

 

나는 자기계발보다는 감정 전환과 현실에 대한 불만족을 해결해보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도 늦은 40대 나이에.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보기도 하고, 잠깐 동안의 시름을 잊기 위해서 술도 마셔보았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문제는 그대로 남아 나를 또다시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도서관이었다. 야산 중턱에 있는 도서관은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책장에 있는 수많은 책들을 보면서, 그들이 나의 불안함과 고통을 덜어줄 해답을 품고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으로 잡은 책이 사마천의 《사기》와 중국의 3대 역사서라 불리는 《자치통감》과 《십팔사략》이었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고 고전 중의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인데, 감히 애송이도 아닌 애벌레가 읽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냥 쭉 읽었다. 불안과 고통을 이들 역사서 외엔 해결해줄 수 없을 것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해가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미련하게 읽었다. 읽었다기보다는 그림으로 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6개월이라는 시간을 중국의 사서들을 읽는 데 바쳤다. 얇은 시집 하나, 쉬운 수필집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이 도전하기에는 너무도 무모했다.하지만 무도한 도전이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작다고 할 수 없는 깨달음을 얻었다. 국가나 왕의 계보가 아닌 인간의 본성과 세상의 이치를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천 명도 넘는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삶을 보고 인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었고, 다양한 영웅들의 성공담과 패자들의 변론을 통해 삶과 세상의 원리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그 속에는 승자와 패자의 공식, 권모술수가 횡행했고, 권력의 속성과 패권의 원리, 재물의 속성과 권력과의 관계 등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수천 년 역사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이 밀도감 있게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듬성듬성 이해할 뿐이었지만, 그때의 깨달음으로 얻은기쁨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나의 삶을 흔들어놓았다. 책에는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비정한 내용이 가득하고, 사회를 유지한다는 목적 아래 비윤리적이고 반인륜적인 내용이 많았다. 위대한 황제나 영웅 치고 스스로 황위를 물려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스스로 물려받은 황제가 위대하게 될 리도 만무한 것과 마찬가지다. 재물을 모으는 방식도 이상했다. 첫 번째 방식은 권력을 가지면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법으로 금지된 독과점을 자신의 환경에 맞게 이용하면 큰돈은 아니더라도 만족할 만한 재물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두려움과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수록 타인들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자신을 위로하고 용기를 얻었으며, 타인을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이타심도 생겼다. 책은 그들을 통해서 나에게 힘을 주었고, 작은 행복도 느끼게 해주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 볼 수 있는 희미한 촛불을 나에게 준 것이다.

 

독서는 행복 찾기다. 두려움과 불만족으로 방황하던 자아는 불안과 불만족을 통제하는 방법을 책에서 배웠을 뿐만 아니라 행복까지 발견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이제 나에게 책 읽기는 행복 발견이 아니라 행복 찾기다. 인생의 목적과 독서의 궁극적 목적이 행복이듯이 행복 찾기는 나 자신의 독서 목적이다. 행복의 기준은 딱히 없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한 상태가 되기 원한다는 나름의 정의가 있을 뿐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도 않고 한 번에 엄청난 크기로 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일상이 행복일 것 같은데, 여전히 부족한 게 많아서 나는 책을 읽는다.

 

밖에서 오는 행복도 있겠지만 자기 마음 안에서 향기처럼,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입니다. 그것은 많고 큰 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조그마한 데서 찾아옵니다. 조그마한 것에서 잔잔한 기쁨이나 고마움을 느낄 때 그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법정 스님의 ‘행복’이라는 시다. 역시 큰스님이라는 생각이 드는 시다. 그때의 책 읽기는 불행해서 행복해지려고 한데 반해,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기 위해 나는 책을 읽는다. 행
복한 것이 행복이 아니라 불행하지 않은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행복 속에 포함되는 단어는 매우 많다. 만족, 즐거움, 기쁨, 행운, 안녕, 긍정적인 마음, 평안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가운데 한 단어라도 포함되면 행복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행복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뜻이다. 물질도 넉넉하고 마음도 만족하면 좋겠지만 인간의 욕망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상대적인 행복 속에서는 행복을 찾기 어렵다. 외적인 것은 자기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지만 내적인 마음만이라도 통제할 수 있는 삶이 그나마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행복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자에게만 온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인간의 행복은 어쩌다 찾아오는 큰 행운보다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자잘한 것들에서 온다”는 말도 법정 스님의 말과 다르지 않다. 네 잎클로버를 따기 위해 세 잎클로버를 밟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행운 아닌 행복을 사랑하는 것이 진리다. 

 

책을 통하여 지식을 얻는 것은 사소한 것이요. 지혜를 찾는 
것은 훌륭한 일이며, 행복을 구하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독서는 행복 찾기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지혜보다는 행복을 찾는 것이 진정한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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