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이 2025년이 되어서야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사회통합전형 의무에서 비켜나 있던 일부 학교들은 이런 특혜를 계속 누릴 수 있게 됐고, 학교 비리가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처분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교육부의 관리감독이 허술할 수 있다는 관계자들의 기우가 나오고 있다. 



6일 입법예고가 종료되는 교육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교육부는 자사고의 설립 근거를 담은 조항(제91조의3) 등 자사고·외고·국제고와 관련한 규정들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법적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부칙에선 시행령 개정안을 2025년 3월1일부터 시행하되, 재지정 평가와 관련된 사항들의 삭제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했다.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일괄 전환’ 시기를 2025년까지 유예하고, 그때까진 교육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재지정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이다. 


그동안 법적으로 사회통합전형을 운영할 의무가 주어지지 않은 자사고 6곳(민족사관고·상산고·현대청운고·포항제철고·광양제철고·하나고)은 현재 누리는 특혜를 5년 동안 더 누릴 수 있게 됐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91조의3 3항)은 자사고로 하여금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기초생활수급권자·차상위계층·국가보훈대상자와 그 자녀를 대상으로 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자립형사립고였다가 2009년 자사고로 전환된 ‘전국 단위’ 자사고들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왔다. 이들 학교 가운데 사회통합전형을 20% 이상 운영하는 학교는 하나고가 유일하다. 상산고는 3% 수준, 민족사관고는 0명이다.



지난해 상산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전북교육청이 사회통합전형 운영 등에서 감점을 주면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는데, 이에 대해 상산고가 “법적 의무가 아닌데 감점을 준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의 제기를 하게 되었다. 교육부 역시 같은 논리로 전북교육청의 지정 취소 처분에 동의하지 않게 되면서 자사고를 유지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번 시행령 개정 때 관련 부칙을 삭제해서 특혜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재지정 평가를 아예 하지 않는 데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회계비리가 드러났지만 아직 관련 처분을 받지 않은 휘문고 사례가 대표적이다.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을 즉시 취소하라”는 일각의 요구에, 그동안 서울시교육청 쪽에서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 한편 올해 재지정 평가에 반영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런데 재지정 평가 자체가 없어졌으므로 서울시교육청으로선 다른 정책적 수단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혹시라도 ‘일괄 전환’이 무산되면 자사고·외고·국제고에겐 특혜만 남을 수도 있다. ‘사각지대’가 없도록 교육 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법으로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교육청과의 협력을 통해 교육과정 운영, 사회통합전형 선발, 법정부담금 납입 등 학교의 책무사항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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