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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섭의 상상크리에이터 (7) 축제를 하세요.
박형섭 작가  |  phs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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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9  19: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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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섭 작가 겸 상상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으면 이제 축제를 하세요. 축제야말로 최고의 프로그램입니다. 일 년 내내, 또는 기간을 정해 이루어진 프로그램들의 결과물이 축제를 통해 새롭게 이루어집니다. 축제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저 소담스럽게, 참여했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과자 먹으면서 지난 시간을 되새겨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행했던 프로그램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것, 아쉬웠던 것을 한 번 더 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1년을 시작할 때 축제를 언제 하자 정해 놓고, 1년 동안 이 축제 중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들어가게 진행하면 좋겠지요.

규모 있는 책축제들은 크지는 않더라도 예산이 투입되어 프로그램들이 좋고(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볼거리가 많습니다. 때문에 이들을 자세히 보고 벤치마킹을 잘하면 훌륭한 프로그램이 바탕이 된 멋진 축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면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이 있습니다. 답사지 곳곳에 가 보면 선생님보다 학문과 학력은 뒤지지만 자기 분야에 있어서는 선생님도 감히 따라 갈수 없는 고수, 상수들이 많다는 뜻이죠.

여러분도 상수가 될 수 있습니다.

 

1. 축제는 과정이다

 

축제야말로 각종 프로그램과 인적 네트워크 등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종합문화예술입니다.

축제를 한 번 해 보면 이를 통해 부쩍 큰 자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하실 거예요. 과연 우리가 축제를 할 수 있을지 겁도 나고요. 축제는 이벤트회사나 전문 문화단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벤트 회사가 하면 멋집니다. 우리나라의 큰 축제는 거의가 전문 대형 이벤트 회사가 진행합니다. 그런데 책 축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책 축제 중 입찰방식을 통해 선정된 기획사가 전체를 총괄하여 진행하는 경우는 서울북페스티벌 정도가 유일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단체가 주최하든지 축제의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가 주최가 되고 도서관이 주관하여 관내의 독서관련 단체나 작가 초청 정도의 프로그램이 정도로 진행되지요. 또한 평생학습축제와 함께 열거나 도서관 주관 행사를 약간 확대하는 정도에 머물고 마는 경우도 태반입니다.

좋은 축제를 만들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될까요?

이제 시야를 넓혀 축제 전반에 관해 알아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의 형태를 살펴보면 특산물과 문화요소를 소재로 한 것이 대부분이죠. 그리고 거의가 가을에 몰려 있습니다. 축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해 보면 결코 많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실 축제 시기도 주로 가을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봄 황사와 여름의 장마, 태풍을 피하고 명절과 겨울을 피하면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9월 중순~10월 중순 한 달에 몰려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특산물과 문화산업으로 경재와 지역 홍보를 알리려는 농촌의 노력을 그리 나쁘게만 볼 일도 아니지요. 다만 문제는 축제에 놀 수 있는 문화거리가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의식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지역 축제를 살펴보죠. 연초에 축제 예산이 배정됩니다. 지자체로서는 그나마 지역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고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단합을 과시하고 특히나 기관장이 본인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의욕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예산을 절감해야 될 사정이 생겨 항상 행사 규모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기획사에 전체 진행에 관해 입찰을 하거나 공연 등만 진행을 맡깁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지역 특산물 판매에만 전념을 하죠. 어떤 곳은 판매도 외지인에게 임대를 주어 타지역 특산물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이상 기온 때문에 농, 수산물 축제는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꽃 없는 꽃 축제, 오징어 없는 오징어 축제가 되고 한번 실망한 관람객을 다음 행사에 또 유입하기가 매우 힘들게 됩니다. 빈약한 예산으로 하다 보니 외지인들의 첫인상인 화장실, 교통, 안전 등에는 손도 못 대지요. 거의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됩니다. 어디가나 비슷한 공연과 저렴하지 않은 상품들이 즐비하다 보니 축제가 특색이 없다,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또한 똑같은 프로그램 때문에 우리나라는 축제가 너무 많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축제를 단기간에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축제 기간이 짧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 일 년 내내 축제를 해야 된다고 믿습니다.

 

축제를 3일~일주일 정도 하니 이 기간에 매출만 많이 올리며 된다고 생각하고 그 지역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축제란 첫 번째 그 지역 분들이 즐거워야 합니다. 이제 특산물은 사시사철 집 앞 대형마트에서 산지보다 더 싸고 더 신선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축제장을 가는 이유는 그 특산물과 어울리는 문화를 체험하러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소에 그 문화를 만들 사람이 없습니다. 지역 문화기획자가 없습니다. 기획자가 거시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준비해야 합니다. 일본의 예가 그렇지요. 현실은 이런 방법이 용납되지 않지요.

 

열정적이고 풍부한 창의력을 겸비한 기획자의 지도아래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만들고 진행해야 됩니다. 평소의 생활은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생활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축제입니다. 이 단계부터 축제가 진행되죠. 갈치 축제라고 하면 누가 프로그램을 제일 잘 만들겠습니까? 갈치를 잡는 어부겠지요. 감 축제는? 감을 기른 농부입니다. 책 축제는? 책을 만든 사람(출판사)이나 책을 읽는 독자(도서관)겠지요. 엉뚱한 사람이 축제에 끼어드니 프로그램이 이상해지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특색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어느 지자체의 경우 책축제 전체를 외부 입찰을 하다 보니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기획사가 선정됩니다. 그러다 보니 진부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책은 좀 독특합니다. 출판사 분위기, 작가, 도서관, 독자들을 잘 알아야만 합니다. 제가 수년 전 출판계에 처음 들어와 서울국제도서전을 맡았을 때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내인생의 책’이 도서명인지, 출판사 이름인지, 프로그램 이름인지, 일반 명사인지, (내인생의 책은 출판사 이름입니다.) 또 ‘푸른나무’, ‘푸른숲’, ‘푸른역사’, ‘푸른길’, ‘푸른날개’, ‘푸른책들’…… 이 출판사들이 서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별다른 연관 없습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국내 굴지의 유수 기획사보다 훨씬 좋은 프로그램을 여러분들이 만드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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